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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Jun 30. 2024

내가 쿠팡 앱을 삭제할수 밖에 없는 이유

참담하게 내던져진 택배기사의 노동권.

택배기사를 화나게 하는 문구라며 <택배기사 소통까페>에 올라온 사진.


6월부터 택배물량은 급증한다.

거기다 땡볕 아니면 기나긴 장마로 인해 배송하기 최악의 기후조건도 덤으로 펼쳐진다.


물량폭증, 악천후 등 최악의 배송조건이 시작되는 6월은 택배기사에게 언제나 힘겹고 잔인한 이다.

배송을 하다 보면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

포도당 알약을 두 알을 챙겨 먹으니 그나마 괜찮아진다.

    

점심때 먹는 식사도 많이 간단해졌다. 오로지 물과 음료수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아내는 가족들 건강이 걱정된다며 배송을 마친 후에는 보양이 되는 음식을 꼭 챙겨 먹인다.


기나긴 사막 여행 속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한 주간의 택배노동 후 맞이하는 휴일아침은 너무나 반갑고 달콤하기만 하다.


휴일 점심식사 후에 잠시 산책을 하러 아파트 정원에 나다.

온몸은 지난주 배송후유증으로 아직도 여기저기 욱신거린다. 그런데 저 멀리 휴일에도 '팡택배기사'가 배송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일반택배회사(씨제이, 한진, 롯데, 로젠 등)도 쿠팡처럼 일요일 휴일 배송을 할 거라는 소문이 택배현장에 파다하다.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인해  택배사간의 배송경쟁 속도 점점 더 치열하고 빨라지고 있다.


'상생'이라는 단어는 쿠팡의 아킬레스건이다.

쿠팡이라는 회사는 고객 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기업이지만 함께 일하는 택배기사와 노동자들, 그리고 협력사와 판매자들에게는 그리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이다.

   

'승자독식'만을 추구한다.

이커머스 업계와 택배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독주하는 쿠팡에게 유일한 장애물은 '정부의 규제'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인다.


쿠팡은 대관담당 실무자 출신인 박태준 대표,

김앤장 출신으로 쿠팡의 한국통합물류협회와의 소송 전을 승소로 이끈 강한승 대표를 회사 수장으로 기용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공정위가 독식하던 쿠팡에게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으나 "로켓배송사업 철수" 등으로 오히려 강하게 공권력에 저항하고 있다.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새벽 5시가 넘은 시간에 쿠팡 cls 측으로부터 다른 동료 택배기사의 물량을 대신 배송해 달라는 요청에 고인이 된 정슬기 쿠팡택배기사가 카톡으로 응답한 내용이다.


쿠팡택배기사들은 아침 7시까지 배송완료를 하지 못하면 계약해지 또는 배송구역을 회수당하는 일종의 "노예계약"수준의 근로조건에서 압박을 받으며 일한다.


41세인 그는 지난 5월 28일 새벽시간에 퇴근한 직후 남양주 소재의 자택에서 가족들 앞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의증"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전형적인 과로사 증세다.

   

지난 2020년 쿠팡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27세인 고 장덕준 씨 등 여러 명의 택배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쿠팡이 공권력을 압박할 정도로 내세우는 "로켓배송"시스템은 사실은 택배노동자들을 구조적으로 과로사로 내모는 사회적 타살시스템이다. <오마이뉴스 2024.6.28. 기사인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증한 택배물량으로 인해 2020년, 2021년 동안 21명의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결과 목숨을 건 택배배송을 저지하기 위해서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2020년 12월에 출범했다. 그리고 8월에 택배노동자를 위한 휴무일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쿠팡의 행보를 따라 하려는 일반택배회사들의 동향에 언제 유명무실하게 사라질지 모른다.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얼마나 죽어야 '승자독식'하려는 쿠팡의 거침없고 오만한 행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걸까.


<쿠세권/쿠팡의 로켓배송이 되는 권역>이 투자적 가치가 된 현실과 세태 속에서

"택배기사님 내던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나붙은 무거운 농산물이나 택배상자들을 받아 들 때면 이리저리 내던져진 택배기사 처지가 상기되면서 저절로 울화가 치민다.


쿠팡 와우회원 탈퇴와 쿠팡잇츠, 쿠팡플레이 등 쿠팡 관련 모든 앱을 삭제했다.

그동안 결재의 간편함과 쇼핑의 편리함, 그리고 쿠팡플레이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왔는데 과감히 누리던 <편리함>을 내던지기로 했다.

 

일회용 종이컵 같은 처우를 받는 힘없는 택배기사라고 하지만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분노 앞에 차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 "가난하고 힘없는 근로자들이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일하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애끓는 외침에 대한 응답이며

이런 세태에 맞서 불순종하려는 즉각적이고 의미있는 작은 존재들의 항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팡택배 과로사 故정슬기 님 아버지 호소문 전문>


저는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인입니다.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이 자리에 서있는 것조차

부끄러운 못난 아빠입니다.

저의 아들은 쿠팡로켓배송일을 시작한 지

14개월 만에 주검이 되었습니다.


​제 아들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습니다.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든 일을 해야만 했던

아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더 큰 아픔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로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고 슬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일입니다.


​남편 없이, 아버지 없이 긴 세월을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여러분 제 아들은

왜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까요?


​부당한 계약서 불공정한 근로시스템

인간을 인간답게 여기지 않는 기업의 횡포가

저의 아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습니다.


​이러한 불법을 막지 못하고 용인하는

이 사회의 국가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릎이 닳아 없어질 것 같다던 아들의 호소

자신을 개같이 일하고 있다고 표현한 아들을

생각하면 아비는 가슴이 찢어집니다.


​제 아들은 죽어서 한 줌 재 가 되었는데

사용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유족들을 절망시키고 분노하게 하는

이런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오늘 저는 제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다시는 저의 아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가난하고 힘없는 근로자들이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십시오.

쿠팡택배 과로사 故정슬기님 아버지 자필 호소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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