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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May 04. 2024

6천만 원짜리 택배차, 그리고 배송로봇.

'이상'과 '현실'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삶의 터전에서.

최근 현대차에서 1톤 화물 포터 2의 후속모델을 출시했다. 전기차 "ST1(Servic Type 1)"이다.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충돌 시 안전을 고려해서 보닛이 나온 운전석과 사용목적에 따라 적재함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 가능해졌.


차량높이(2,330mm)가 낮아져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이 가졌고 화물칸 후면 출입구 높이(380mm) 기존 포터 2에 비해서 두 배이상  배송 시 상당히 편리할 것 같다. 


그 이외에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충전시간도 급속충전 시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2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었다.

하지만 택을 가로막는 것은 높은 가격이다. 현대차에서 제시하는 6,000~7,000만 원이나 하는 가격대는 기존 1톤 화물차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는 것이 부분의 택배기사들 시각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최대한 받아 최소 4,000만 원 이상의 구매비용이 필요하다. 기존 전기차 1톤 신형포터 2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육천 만 원짜리 택배차와 택 한건에 800원을 받는 택배기사와의  너무 부자연스. 6,000만 원짜리 "고급" 택배차를 몰고 골목길이나 시장길을 누비며 배송을 하는 택배기사들의 모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색하기만 하다.


현대차는 고급승용차도 아닌 화물용 트럭의 가격을 왜 이렇게 책정을 했을까?


아마도 이번에 현대차가 출시한 "ST1"은 구매고객층으로 택배기사 등 화물근로자들 보다는 레저 및 캠핑수요층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현대차 관계자도 가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기존의 포터 2 라인은 단종시키지 않고 ST1과 함께 투트랙으로 유지시킨다고 애써 강조했다.

  

"이러다가 택배기사들도 앞으로는 부자인 택배기사, 가난한 택배기사로 나뉘는 거  아냐?"

아내와 커피를 마시형화물차 모델을 화제 삼아 대화하다가 튀어나온 농담이 행여나 현실이 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은근히 쓸해진.

이 와중에 택배현장의 다른 한쪽에서는 CJ대한통운이 대차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스폿'을 택배현장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이 론의 관심을 받으며 다.

택배기사가 차량에 스폿과 택배 상품을 상차해 배송지로 이동한 뒤, 스폿과 택배 상품을 하차시키면 스폿이 적재함에 택배를 실은 채 고객의 집 앞까지 물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주택가나 언덕길 등 배송 난이도가 높은 지역은 로봇이 배송하고 사람은 아파트 지역을 담당하거나, 로봇이 배송하는 동안 택배기사는 추가 택배 물품을 상차해 오는 등 다양한 운영 형태가 가능할 전망이다.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형태로 라스트마일 배송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인용처 : 지다넷 신영빈기자 /2024.4.25>

2030년쯤이면 로봇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사람을 닮은 정교한 휴머노이드형 로봇들이 실제 택배현장에 투입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어쩌면 향후 5,6년 이내로 택배기사들은 금속재질로 된 낯선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배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화물차 뒤에 설치된 임시계단을 불안하게 내리는 택배로봇의 모습을 보니 한층 층고가 낮춰진 현대차 ST1과는 궁합이 참 잘 맞겠다는 생각이 다. 한층 유연해진 전기자동차와 로봇의 제작에 사활을 건 자동차회사와 택배물류회사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그려가는 미래 택배시장의 흐름이 나름 읽혀진다.

 

그들은 크고 작은 다양한 PBV형 택배차량들이 도시 내 큰 간선도로, 골목길 등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품들과 배송로봇을 실어 나르고 첨단 AI를 장착한 로봇들이 연중무휴, 24시간 택배 및 물류배 수모습꿈꾸는 중이.

PBV(Purpose Built Vehicle, PBV).
정확한 명칭은 목적기반형 모빌리티이다. 연령대나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포괄적 개념의 소비층을 넘어 특정 산업이나 직군 심지어는 개별 기업을 위한 맞춤형 자동차를 뜻한다.




하지만 ""이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현실 속 모순"들과 치열하게 충돌하고 갈 겪을 수밖에 없다.

 

택배회사의 경우, 로봇을 택배현장에 투입하려는 실증사업을 진행할수록 결국은 원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 같다. 너무나 열악한 "택배인프라" 때문이. 최첨단 AI가 장착된 택배로봇들이 기술적으로 완성되어 투입이 되어도 현재의 "택배인프라" 수준에서는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하거나 의도한 성과를 제대로 두기는 힘들 것 . 택배  물류회사의 고심이 깊는 대목이다.

여기서 말하는 택배 인프라란 상품의 분류, 배송, 결재, 고객응대를 위한 시스템과 시설을 총체적으로 의미한다.   

현재 택배기사는 하루 네다섯 시간이 소요되는 상품분류(일명 까대기)에 투입되어 일한다. 그리고 각자의 구역으로 상품을 운반하고 배송을 시작한다. 배송하는 과정에 선불금이나 착불료 등을 수금하기 위해 고객과 여러 차례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는다. 상품과 관련된 고객응대(도착상품 정보, 일주일 전 못 받은 상품을 찾아달라거나, 파손, 배송지연에 따른 불만 등에 관한 전화상담)를 병행하며 배송을 진행해야 한다.


택배기사 본연의 업무인 배송뿐 아니라 상품의 분류, 결재 및 수금, 고객응대 등 체적으로 관여하며 맨몸으로 버텨왔다.


이제는 택배시장이 무한 속도경쟁으로 더욱 치열해지면서 봇까지 입해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로봇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택배회사들이 그동안 택배기사들에게 마구잡이로 전가시킨 택배업무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정교하게 시스템화해의미한다. 택배 인프라가 새롭게 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한 재투자가 가피하다. 이상을 이루려는 단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입안에 들어온 처다. 뱉어내지도 먹을 수도 없는 그런 상황말이다.

  

미래를 향한  항상 눈부시고 찬란하다.

하지만 택배현장의 바닥에는 규격을 초과하고 비정형한 택배상자(특히 농산물의 경우)현실 속  암시하는 거대한 탑처럼 이곳저곳에 우뚝 쌓여 다. 미래의 금속재질로 된 동료들이 나를 수 있는 무게가 기껏 20kg 정도라고 하던데 이런 상품들을 효과적으로 적재하고 어떻게 배송할지를 알려줘야 . 로봇도 수레를 써야 할 것 같은데... 더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다섯 군데의 아파트단지를 배송한다.

우리를 가장 힘겹게 만드는 은 새로 배송할 단지에 도착했는데 이전 단지의 상품들이 발견될 때이다. 이럴 땐 하는 수 없이 다시 배송하러 되돌아가야 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 막바지 배송 때 이런 일이 생기면  상품정리 담당인 나를 향한 가족들의 원망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오랜 고민 끝에 아파트 단지마다 수량을 체크하는 작은 패널을 만들기로 했다.

       

아침마다 스마트폰에 능숙한 막내아들이 나의 작업폰을 통해 수량을 파악해서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에 단 한건도 미배송 된 상품이 나오지 않아 신기했다.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훨씬 여유로워져 우리 모두 만족했다. 우리들이 고안한 방법에 대한 자부심도 은근히 생겨났다.

     

하지만 얼마 후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배송하랴, 수량을 체크하랴 업무가 과중된 아들이 점점 예민해지고 말이 없어져갔다. 배송할 단지 중간중간 이동하는 동안 포터 안에서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아들이 갑자기 스마트폰을 쥐고 혼자 빠져 버렸다. 더구나 아들은 나의 작업폰을 쥐고 작업을 하다 보니 고객들의 이런저런 요구전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한층 더 예민해졌다. 배송, 수량체크, 고객응대까지 아들에게 업무가 지나치게 편중되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들도 체크리스트의 개수에 민감해져 배송할 숫자가 맞지 않으면 지나치게 예민해짐을 느끼게 되었다.


오랜 고심 끝에 체크리스트를 없애기로 했다. 아들도 반대했고 나도 내심 배송의 효율성 측면에서 꼭 필요한 방식인데 포기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한" 택배보다 "행복한" 택배를 위해서 과감히 실효성이 검증된 방식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첫날, 불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결론은 마음 편하게 택배를 마무리했다. 아들은 오히려 수량을 체크했을 때보다 더 빠른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다시 마지막 배송지를 향해 가는 "포리" 안에서 나는 아내와 아들의 이런저런 대화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행복해졌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이상은 현실과 무수히 갈등하고 충돌한다. 이상적인 것을 이루고 지키려 획일적인 원칙이나 대응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삶은 언제나 현실을 세심히 살피고 수용하는 것에서 제대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객관적인 규칙이란 없다.


그저 언제나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 

틀에 박힌 일이나 진부하고 의미 없는 기능을 수행하는 대신 우리 자신과 주변에서 단지 그것을 찾기 위한 노력만 있을 뿐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를 결정하려 하지 않고 이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려 애쓴다. 사람은 생존본능을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현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체성이 담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위 속에서 미래의 트렌드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해 낸다.


현실직시.

이상과 현실을 조화롭게 수용하는 능력이다.


미래는 과거에서 나온다. 미래를 향한 가슴 뛰는 "이상"도 외부가 아닌 사람의 내면 속에서 나온다는 의미도 된다. 인생은 "보는 법을 배우는 것"에서 많은 해답을 찾는다. 우리가 늘 열려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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