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조건 없는 사랑을 하세요.

by 코나페소아

성탄절에 택배를 했다.


'휴일배송'이라는 명목으로 택배회사가 대형화주사들의 상품물량을 놓치지 않으려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긴 몇 안 되는 상품을 배송하러 출근해야만 했다.

익숙한 부조리와 불합리한 처사지만 이제는 담담히 새벽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데 아들이 눈을 비비고 나왔다. 그러고는 아빠 혼자 보낼 순 없다며 함께 나서겠다고 한다.


눈은 내리지 않지만 바람이 몹시 찬 성탄절 아침에 아들과 함께 택배를 돌렸다.


성탄절에 택배를 하는 우리는 산타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안쓰럽다거나, '성탄절날, 뭔 일이래?' 하는 의아함만이 등 뒤에 남기고는 이내 사라지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였다. 난 아들의 따스한 마음을 선물로 받았으니 말이다.


아들은 스물다섯 살 래퍼다. 이동하는 택배차 안에서 아들이 만든 노래를 듣는다. 들의 마음을 읽고 가슴에 와닿는 갈망을 느낀다. 그런 내 모습을 곁에서 아들이 가만히 커다란 눈망울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들과 나에겐,

그래도 크리스마스였다.

<Louder / '핫네이버후드'의 앨범 normal 중에서 > https://youtu.be/q7 pWnwVs7 iE? si=754 mr5 qZkEKiUTCW


난 무지한 아버지였다.

아들의 결점과 아픔을 모른 채 인생의 정답을 채워주려고만 했다. 아버지의 역할은 아들들을 유학 보낼 만큼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성취한 그것들을 물려주는 것이 아들들에 대한 내가 지닌 의무의 완성이라고 여겼다.

아들이 지닌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인정하지 못한 채 늘 알량한 정답과 경험만을 물질적 지원과 함께 전해주고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택배를 하며 마주한 깊은 고독 속에서 나는 자유스레 헤엄칠 지느러미가 필요한 고래 같은 아들에게 치타같이 빠른 발과, 독수리 같이 높이 나는 날개만을 강요한 무지한 아버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부모를 향한 순수한 아들의 진심과 아픔들도 함께 말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인 '마르코스 카네발레 Marcos Carnevale'가 만든 넷플릭스 영화 <고요 Goyo> 속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신의 이름대로 '고요한' 화가였다.-인공 이름이 '고요 Goyo'이다. 작가가 한국말을 잘하는지 참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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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택배차 공간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세상 누구보다 가까이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입니다. 저는 세상을 읽으며 글을 쓰는 몸글 사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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