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담벼락 위에 그려진 '양반꽃'
올해는 해돋이를 보러 가지 않았다. 아니 귀챦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아내의 인사말에 택배레일 곁의 형님들 대답들이 시큰둥하다.
"그날이 그날이지 뭐.. 내일 또 보자고."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성탄절도, 새해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택배기사에겐 그날이 그날일 뿐 해가 바뀐 새날에 대한 의미가 희미해져 버렸다.
그저 그날이 그날일 뿐.
삶이 고단하지 않은 날이면, 우리는 흥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빠른 배송을 받기 원하는 누군가를 위해, 우리의 휴식을 빼앗긴 지금, 택배를 한 후면 모든 체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가족과 나 자신에게 쏟아부을 에너지가 없었다.
삶을 향한 다정함이란 체력에서 나온다.
"달달한 사랑이나 찐한 우정도 결국은 힘이 남아야 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겐 부모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중에서-
그래서일까. 그냥 조용히 새해를 맞이 하고 싶었다. 창밖으로 붉은 해가 떠올랐다며 사진을 찍는 아내를 슬며시 외면했다. 그런데 내 눈길이 벽에 걸린 액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정확히 말해서 액자 위에 비친 첫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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