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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가 바라보는 미래의 택배로봇

by 코나페소아

최근에 현대자동차에서 택배로봇을 개발하고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육성해 온 '모빈(MOBINN)'을 독립기업으로 출발시킨다고 발표했다. 모빈이 개발한 배송로봇은 고무소재 바퀴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레이다와 카메라를 이용해 주야간 자율주행 및 배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아한 형제들의 아파트 배송로봇 '빌리타워', LG의 실내외 통합 배송로봇 '클로이 캐리봇' 등과 함께 택배로봇 상용화가 한층 더 가속화될 것 같다. 정부도 2028년 내 실용화를 목표로 무인배송을 허용하고 배송로봇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미 택배시장은 쿠팡, 네이버, CJ대한통운 등이 내세우는 ''당일배송''을 목표로 물류시스템을 풀필먼트화와 자동화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며 사활을 건 경쟁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하는 과정인 라스트마일에도 택배로봇 도입등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5년 뒤 택배기사는 배송로봇으로 완벽하게 대체될 것인가?

수백 년 전 연장을 들고 기계들을 때려 부수며 항의하던 산업혁명시대의 노동자들의 신세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비단 택배뿐 아니라 AI와 로봇 등의 눈부신 발전으로 사라지거나 위협받는 일자리가 710만 개라고 세계경제포럼(WEF)은 예측했다. 흄페터는 창조적 파괴라고 표현하지만 1%만을 위한 불안하고 불평등한 미래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우려도 된다.

택배초기에 레일에서 흘러오는 상품들을 양옆에선 택배기사들이 육안으로 보고 골라내는 '까대기'시간이 참 싫었다. 21세기에 구시대적 유물 같은 단선 레일 위로 흘러오는 상품들을 눈으로 골라내는 행위가 참 원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작업행태 같았다. 눈도 아프고 또 내 구역이 아닌 옆에 있는 다른 동료들 구역도 외워서 골라내야 했는데 그것이 서투르면 눈칫밥을 엄청 먹어야 했다.


최근 들어 택배사들도 속도경쟁 등으로 자동분류기인 <휠소터>를 많이 도입했다. 기다리던 <휠소터>의 등장에 내심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하나가 좋아지면 늘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난다. 레이저 스캐너가 읽어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상당량의 상품을 다시 골라내는 또 다른 까대기가 발생하고, 잦은 고장으로 서너 차례 씩 멈춰 서거나 간선차량의 지연 등으로 휠소터 본연의 신속한 상품분류가 퇴색되는 듯한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마치 일론머스크가 미래를 주도할 첨단로봇이라고 발표한 무대에서 '테슬라봇'을 연기한 로봇탈을 쓴 사람처럼 자동분류기 '휠소터'의 탈을 쓰고 일하는 느낌이다.


기사들끼리 힘들었지만 이전에 까대기 하면서 서로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며 서로의 물건을 잡아주던 게 덜 지루하고 더 빨리 끝나는 것 같다란 대화들을 들으니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소비자들을 드론과 첨단로봇들을 앞세워 <당일배송>, <3시간 내 배송>등으로 소비욕구를 자극할수록 택배기사들에게는 숱한 오류와 보완을 위한 그늘진 잔일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근무여건은 더 열악해져 갈 것 같다.




하지만 택배의 미래는 실제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철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해석하고 전망할 뿐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설령 그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택배의 미래가 드론과 로봇이 주도한다고 해도, 세상이 로봇만 바라보고 열광할 뿐 그것들과 함께 하는 택배기사들에 대해선 냉혹하리만큼 외면하는 것이 미래의 실상이라고 해도 지금 내가 선택해야 할 일과 방향은 정해져 있다.


우리 개인이 해야 할 일은 자기 판단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인생관에 입각하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이다."란 중국속담처럼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 <코끼리와 벼룩/찰스 핸디>


배우 김우빈 주연의 <택배기사>란 시리즈물이 곧 상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의 위기상황에 처한 인류를 택배로봇이 아닌 사람인 택배기사가 구한다는 컨셉이라는데 기대가 된다.


그 기대감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건 그래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고지식한 신념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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