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원정기
"엄마! 당근마켓에 진짜 웃긴 알바 있어요!"
아들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깔깔거렸다. 화면에는 '벌레 잡아 주실 분'이라는 제목과 함께 절박한 SOS 메시지가 떠 있었다. 원룸에 혼자 사는 여학생이 욕실에 나타난 검은 벌레 때문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엄마, 우리 가요! 저 벌레 잡아주러!"
평소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들의 눈이 반짝였다. 초등학생 특유의 모험심이 발동한 것이다.
나도 웃음이 나왔다.
이런 특이한 알바라니,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구나.
"좋아, 출동하자!"
우리는 마치 특수부대처럼 장비를 챙겼다.
아들은 집에서 가장 강력한 살충제 스프레이를 들고, 나는 만약을 대비해 파리채를 챙겼다.
현장에 도착하니 문 앞에서 떨고 있는 여학생이 우리를 맞았다.
"정말 고마워요! 저 혼자서는 도저히 못 잡겠어서..."
욕실로 들어서자, 구석에 까만 바퀴벌레 한 마리가 꼼짝 않고 있었다.
다행히 주인이 던진 신발에 놀란 듯 그 자리에서 굳어있었다.
"자, 아들아!
엄마가 신발을 들 테니까 네가 스프레이로 한 번에 끝내자!"
"오케이! 작전 개시!"
아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나는 신발을 들어 벌레의 도주로를 차단하고, 아들은 스프레이를 겨냥했다.
"3, 2, 1... 발사!"
프슈욱- 완벽한 명중이었다.
벌레는 그대로 꼼짝 못 하고 처리되었다.
"와! 대박! 우리 완전 프로 벌레잡이팀이네!"
여학생은 박수를 치며 고마워했고,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임무 완료를 선언했다
5분도 안 걸린 깔끔한 작전이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이거라도 받아주세요."
받은 일당을 손에 쥔 아들의 얼굴이 환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엄마, 이런 알바 또 없을까요?
정말 재밌었어요!"
"가끔 다른 지역에도 올라온다던데, 너무 멀어서 아쉬워."
우리 동네 근처였다면 달려갔을 텐데 말이다.
지금 아들은 중학생이 되었다. 이제 "벌레 잡으러 가자!"라고 해도 "에이, 엄마 뭐 그런 거까지" 하며 시큰둥할 나이가 되었다.
그때의 반짝이는 눈빛으로 "출동하자!"던 순수한 우리 아들이 그립다.
세상에서 가장 특이했던 모자 알바, 가장 짧았던 5분 벌레잡이 특공대.
그날의 추억은 지금도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