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줄서기의 달인이 되다
집 앞 유명한 이비인후과. 환절기만 되면 오전 접수만으로도 마감되는 그 전설의 병원.
아이들 콧물과 기침 소리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당근마켓을 무심코 스크롤하다 발견한 한 줄의 기적: "병원 접수해주실 분 구합니다"
걸어서 5분 거리라니? 이건 운명이야!
이 병원의 특별한 점은 전화 접수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것.
오직 현장 접수만!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대리 줄서기 서비스'.
시스템은 간단하다:
내가 새벽같이 병원 가서 대기 명단에 이름 올리기
고객에게 순번과 예상 시간 알려주기
고객은 여유롭게 시간 맞춰서 병원 도착
나는 인증샷 한 장으로 미션 완료!
"아이가 또 감기에 걸렸는데 병원에서 3시간씩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병원 대기실에서 몇 시간을 버티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울부짖는 아이들, 지친 엄마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대기 시간.
하지만 나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엄마는 집에서 아이와 여유롭게 시간 보내기
나는 병원에서 책 읽으며 힐링타임
윈-윈의 완벽한 조합!
디즈니랜드에 패스트트랙이 있다면, 우리 동네엔 '병원 패스트트랙'이 있다!
돈 내고 시간을 아끼는 시스템.
자본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시간을, 누군가는 돈을 투자하는 이 아름다운 거래 관계!
내가 하는 일:
병원 도착해서 접수 명단에 이름 쓰기 (30초)
순번 알려주는 카톡 보내기 (10초)
접수 명단 인증샷 전송 (10초)
시급으로 환산하면? 거의 앉아서 돈 버는 수준!
한 번 알바를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단골들이 생겼다.
아이가 감기에 걸릴 때마다 연락 오는 단골 엄마들.
"안녕하세요~ 혹시 내일 오전에 병원 대리 접수 가능하실까요?"
마치 개인 비서가 된 기분! 하지만 요즘엔 연락이 뜸하다.
아니 없다
아마 아이들이 많이 컸나 보다. 조금 아쉽기도 하고...
이 알바의 특별한 점은 '시즌 한정'이라는 것!
봄: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시즌
가을: 급격한 기온 변화로 감기 대유행
겨울: 독감 시즌의 절정
여름: 에어컨 감기의 은밀한 성수기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나의 소소한 부업. 계절을 알려주는 나만의 특별한 달력이 되었다.
결국 이 세상은 시간과 돈의 교환으로 돌아간다.
나는 시간을 팔고, 바쁜 엄마들은 시간을 산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더 편안하게 치료받고, 엄마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단순해 보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이 작은 생태계.
병원 대기실에서 시작된 나의 작은 창업 스토리는 오늘도 계속된다.
다음 환절기가 벌써 기대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