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달로 떠난

부부의 특별한 데이트 이야기


코로나 시대,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배달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 중심에 있던 쿠팡 새벽배달!

남편이 물류시스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같이 아르바이트해 보자"라고 제안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좋아!"라고 답했다.

일반적인 데이트는 식상했으니까!


첫 번째 새벽 데이트: 완벽한 팀워크의 환상

새벽 3시, 쿠팡 물류센터로 향하는 차 안은 묘하게 설렜다. 도로는 한산하고, 공기는 상쾌했다.

마치 세상을 우리 둘만 차지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류센터에서 구역을 배정받고, 트렁크에 택배를 싣는 순간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됐다.

이건 단순한 물건 나르기가 아니었다.

아파트 동별로 분류하고, 테트리스 마스터가 되어 트렁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역시 머리를 써야 몸이 편하구나" 싶었다.

우리만의 완벽한 역할분담도 탄생했다.

내가 각 동마다 택배를 미리 분류해서 내려놓으면, 남편이 번개처럼 배달하고 오는 시스템!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모습에 "우리 진짜 환상의 팀워크네!"라며 뿌듯해했다.


첫날이라 적당히 물건 수량을 신청해서인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말하던 그때의 우리... 얼마나 순수했던가.


두 번째 새벽 데이트: 오피스텔 미로에서 길을 잃다


첫 성공에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두 번째 도전에서 물건 수량을 늘렸다.

"이 정도야 뭐!" 하며 의기양양했는데, 이번 배 달지는... 오피스텔이었다.

그것도 미로 같은 오피스텔. 입구부터 찾는 게 일이었다.

GPS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정작 건물 입구는 보이지 않고... 건물을 한 바퀴 돌고 또 돌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아침 7시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남은 택배는 산더미.

그 순간 울린 전화벨.

"혹시 일 처리가 좀 늦으시나요? 다른 분이 도움을 드리러 가겠습니다."


아, 그 순간의 민망함이란!

신입 배달러 부부가 오피스텔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길.

결국 베테랑 배달러님이 우리의 남은 일을 처리해 주셨다.


소중한 경험이었던 새벽 데이트

이렇게 두 번의 새벽 데이트는 막을 내렸다.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맛본 특별한 경험이었다.

새벽 공기를 함께 마시며, 서로를 의지하고, 때로는 당황하면서도 함께 웃을 수 있었던 시간들.

일반적인 카페 데이트나 영화 데이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비록 배달러로서의 재능은 없었지만, 부부로서 함께 도전하고, 함께 실패하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배달러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다음번엔 좀 더 평범한 데이트를 하자고 약속했지만, 가끔 그 새벽의 상쾌함과 특별했던 순간들이 그리워진다. 역시 부부는 함께 해야 제맛!

"호기심 많은 사람과 함께라면 새벽 배달도 로맨틱한 데이트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우리 부부의 작은 모험담이었다. 그러나 일이 아침에 끝나 주말이 생활리듬이 깨어져 피곤 주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봉사에서 시작된 강사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