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투어 가자!"
여름휴가 때 남편이 신나게 외쳤던 그 말. 정작 본인이 흐지부지 넘어가더니, 추석 연휴 둘째 날엔 내가 먼저 "섬 가자!"를 외쳤다. 늦은 아침을 먹고 무작정 차에 올라탔다.
구봉도?
첫 듣는 이름이다. 구봉산은 알아도 구봉도는 처음. 뭐 일단 가보는 거지!
목적지가 다 와갈 무렵, "점심부터 먹고 들어가자!"
맛집 선정의 황금률이 발동했다.
주차장에 차가 만석인 곳!
본능적으로 만차인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발견했다.
입구부터 줄이 쭉~ 서 있는 그곳.
평소 줄 서는 거 제일 싫어하는 내가 왜 여기 있지?
아, 아침을 늦게 먹어서 그나마 버틸 만하네.
일자로 쭉 늘어선 여러 식당 중 유독 이 집만 줄이 길다.
왜일까? 가격표를 보니 답이 나왔다.
여기: 칼국수 8,000원
옆집: 만원
"아, 가격이 저렴하구나!"
식당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배 터지는 집' - 양도 많이 주나 보다!
난 줄을 서고, 남편은 주차를 하러 갔다. 부부의 완벽한 역할 분담이랄까.
칼국수 1인분, 보리밥 1인분.
혼자 여행이었다면 절대 못 누릴 호사다.
둘이서 여행하는 딱 하나의 장점! 각각 1인분씩 시켜서 2가지 맛을 다 볼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부부 여행의 진리 아니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막걸리 공짜!"
한 주전자를 들고 왔다. 한 모금 마시니... 아니, 왜 이렇게 달지? 꿀맛이네!
운전하는 남편 대신 내가 2잔을 벌컥벌컥.
식당 간판처럼 정말 배 터지게 주더라.
칼국수는 2인분 냄비 그릇에 끓여주고, 보리밥은 냉면 그릇보다 큰 스테인리스 양푼에 나왔다.
맛? 솔직히 그냥 평범했다. 하지만 진짜 배 터지게 먹었다! 이름값 제대로 하네.
배를 두드리며 드디어 구봉공원에 도착했다.
산으로 올라가 개미허리 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도착. 노을이 멋진 곳이라던데... 음, 물이 다 빠져 있네?
그래도 해변가를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자, 이제 집에 가볼까?
디지털 키로 차 시동을 걸었는데...
차가 안 간다.
3년간 차 열쇠 없이 남편 핸드폰 앱으로만 다녔는데, 갑자기 작동이 안 된다. 멘붕.
황급히 AS 전화를 걸었다.
"열쇠 복사하시는 것보다 집에 가서 열쇠 가져오시는 게 훨씬 싸요."
차 열쇠 복사: 30만 원
택시비: 10만 원
결론: 아들을 호출한다.
집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 키 좀 가져와..."
평소에 "어디 가자!" 하면 절대 안 따라오는 그 아들. 오늘은 카카오 택시를 타고 1시간 넘게 달려와야 한다.
저녁을 먹으며 기다렸다.
앱으로 택시가 어디까지 오는지 실시간으로 보이니 신기하다.
최첨단 시대, 정말 편하긴 하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최첨단 기술 때문에 열쇠를 안 가져다닌 게 문제였지만.
드디어 주차장에서 아들과 상봉!
"어디 가자" 하면 절대 안 따라오던 아들을 안산에서 만나다니. 인생 참 알 수 없다.
차 키를 받아 시동을 걸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향했다.
교훈: 디지털 키도 좋지만, 진짜 열쇠는 항상 챙기자. 그리고 아들은 필요할 때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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