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브래드포드展 관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그림이 아닌 ‘길’을 마주했다.
바닥은 캔버스였고, 발밑에서 종이의 질감이 미세하게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 길 위를 천천히 걸을수록, 마크 브래드포드가 말한 “계속 걸어라(Keep Walking)”의 의미가 조금씩 몸에 스며들었다.
그의 작품은 처음부터 낯설다.
화려한 색채도, 정교한 형태도 없다.
대신 찢어진 포스터, 낡은 종이, 그리고 길거리의 파편 같은 재료들이 한데 얽혀 있다.
그것들은 마치 도시의 상처 같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상처 속에 누군가의 흔적이, 이름이, 그리고 잊힌 목소리가 있다.
그는 거대한 사회의 균열 속에서 버려진 조각들을 다시 모아 ‘하나의 길’로 만들었다. 그 길 위를 걷는 나는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그 균열을 밟고 지나가는 증인이었다. 발걸음마다 들리는 소리는 내 안의 과거와 지금을 이어주는 리듬처럼 느껴졌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 서서 문득 깨달았다. 브래드포드가 말한 “계속 걸어라”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불완전함, 불안, 상처 속에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말라는 삶의 선언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떠올린다.
세상이 무겁게 느껴질 때, 누군가의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건,
그저 한 걸음 더 내딛는 그 행위 자체라는 걸.
결국, 예술은 멈춰 서서 보는 것이 아니라 — 걸으며 느끼는 것이었다.
명절증후군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