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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를 열다

상처가 회복된 줄 알었는데 더 심한 충격에

제목: 결혼기념일의 거짓말

성묘 다녀온 후
“ 저녁 같이 먹자”는 말 한마디를 끝으로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지나
그녀는 우연히 핸드폰 결제 문자와 사진을 보았다.
‘자연휴양림 숙박결제 완료.’
사진 속에는 남편, 그리고 시댁 식구들의 웃음이 있었다.
그녀는 그 웃음 속에서 자신만 쏙 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심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숙소라고 했는데

이건 날 세 번 죽이는 거다
“평생 거짓말은 하지 말자”던 그 약속도
함께 묻혀버린 듯했다.

월요일 회사를 간 게 아니라

일요일 22번째 결혼기념일날 휴양림에서 잤다고 월요일 아침에 퇴실을 했다고

결제까지 한 거 보니 숨이 막혔다


그녀는 며칠을 말없이 버텼다.
화가 아니라, 허무였다.
“왜 굳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 질문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이 깊어가던 어느 날,

눈물이 아닌 결심이 손끝에 떨어졌다.

“나는 이제 거짓말 없는 삶을 살 거야.”

창문을 여니, 새벽 공기가 차갑게 스며들었다.
그녀는 창문을 닫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오히려 살갗을 깨워주는 것 같았다.
이제 진짜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시간이었으니까.


“결혼기념일에 그 사실을 숨긴 게 너무 아팠어. 왜 그랬는지 듣고 싶어.”

아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알 필요도 없다

이제

괜찼아 친구 가준 선물이 있잖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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