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수원 남문 롯데리아, 25년 전 그 밤의 기억
셧터문이 덜컹거리며 내려앉는 소리. 그 순간부터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밥버거가 메뉴판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던 시절, 수원 남문 근처 롯데리아에서 마감 알바를 했다. 이십 대 젊다는 게 무기였던 그때. 손님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매장이 고요해지면, 우리는 주방의 모든 것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오렌지 주스통부터 시작해서 튀김기, 그릴, 냉장고 선반까지. 하나하나 닦고 또 닦았다. 기름때가 잔뜩 묻은 후드는 손이 미끄러워서 몇 번이고 다시 잡아야 했고, 바닥 청소는 무릎이 시큰거릴 때까지 계속됐다.
모든 걸 깨끗이 닦아낸 뒤에는 비닐을 덮었다. 내일 아침 오픈하는 동료들을 위한 작은 배려. 그 투명한 비닐을 펼치며 "오늘도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9시쯤 되면 손님이 뜸해져서, 그때부터 포스기 앞에 서서 주문도 받았다. 지금처럼 키오스크가 알아서 척척 받아주던 시대가 아니었다. "불고기버거 세트요!" 외치는 손님의 목소리, 영수증 뽑히는 소리, 주방으로 주문 전달하는 내 목소리까지. 모든 게 사람의 손과 입으로 이루어지던 시절이었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나오면, 수원 남문 일대는 고요했다. 어떻게 집에 갔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냥 다리가 알아서 걸어간 것 같다. 피곤에 절어 비틀거리면서도, 주머니 속 아르바이트비의 묵직함만은 또렷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다.
장안문 앞 차로는 막혀 보행로가 됐고, 화성행궁은 더 넓어지고 웅장해졌다. 수원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관광객들로 붐빈다. 모든 게 변했다.
그런데 얼마 전 수원을 지나가다 봤다. 그 롯데리아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똑같은 위치에서 여전히 버거를 팔고 있었다. 키오스크가 줄지어 서 있고, 메뉴도 완전히 바뀌었겠지만, 그 건물만큼은 그대로였다.
25년을 그 자리를 지켰다니.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십 대의 나를 기억하는 유일한 증인처럼, 그 롯데리아는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
오렌지 주스통 닦던 내 손, 비닐 덮던 새벽의 피곤함, 포스기 버튼 누르던 손가락의 감촉. 그 모든 것이 스치듯 지나갔다.
지금 그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25년 뒤에 이런 감상에 젖을까.
수원 남문을 지날 때면, 나는 가끔 그 시절로 돌아간다. 젊음이 무기였던 그때, 셧더문이 내려앉던 그 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