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녀 or 궁상녀
서울쥐는 매일 호텔에서 자고, 시골쥐는 자연과 함께 산다지만... 나는? 1년에 딱 한 번, 생일날만 5성급 호텔 쥐로 변신하는 수도권 쥐다.
호텔 체크인: 부자들의 행렬
한강 근처 5성급 호텔. 늦은 아침을 먹고 선유도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그냥 호텔 근처라서. 이게 바로 알뜰함의 정석 아닌가. 입장료 0원 산책 코스.
체크인 카운터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다들 여유롭고 우아해 보였다. 나만 "1년에 한 번 나오는 숙박권으로 왔어요!" 티가 나는 것 같았다.
한강공원의 충격적 진실
뮤지컬 한 편 보고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젊은이들이 가득했고, 돗자리 대여 사업은 대박 행진 중이었다. 한강뷰 + 라면 조합은 확실히 킬러 콘텐츠. 편의점 진열대의 반이 라면이었다.
그런데...
편의점 가격표를 보는 순간, 내 알뜰 DNA가 비명을 질렀다.
어디 갔어, 1+1은? 2+1은? 맥주 4캔 만원은?
여긴 그런 거 없었다. 모든 게 정가. 아니, 정가보다 몇 천 원씩 더 비쌌다.
알뜰녀의 선택
5성급 호텔에 묵으면서도 편의점 가격이 아까워 발길을 돌렸다. 이게 나다. 이것이 바로 가성비를 따지는 나의 불치병.
한강에서 떡볶이 5천 원으로 때우고, 숙소 근처 평범한 동네 편의점으로 직행했다.
**전리품:**
- 맥주 4캔: 11,000원
- 2+1 과자: 3,000원
한강 편의점에서 쓸 뻔한 돈과 비슷하지만, 손에 든 물건은 2배. 이 짜릿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호텔 방에서의 진실
결국 5성급 호텔 침대에 누워 동네 편의점 맥주를 마시는 나. 캔 커피 하나도 편의점에선 비싸서 망설이는 고질병 환자가, 하룻밤에 수십만 원짜리 호텔 방에 누워있다.
하지만 이불은 정말 좋았다.
역시 호텔 이불은 진리다. 이 이불 빨로 1년을 버틴다.
서울쥐와 시골쥐 사이 어딘가, 알뜰함과 사치 사이를 줄타기하는 수도권 쥐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내년 생일엔 또 어떤 편의점을 탐방하게 될까. 호텔 이불만 기대하며 364일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