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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조사 알바 체험기

겨울 골목의 전투일지


시작은 가벼웠다

"겨울이라 운동량이 부족하네... 돌아다니면서 돈도 벌고 일석이조 아냐?"

이렇게 가볍게 시작한 사업체조사 알바. 서류만 봤어도 바로 거절했을 텐데, 2일 하시고 그만둔 분의 바통을 덜컥 받아버렸다. "또 다른 도전이지 뭐!" 하는 마음으로 2월에 시작한 이 알바는... 정말 예상치 못한 삶의 현장이었다.

후회의 시작, 그것도 2일 만에

Day 1: 오케이, 할만한데?
Day 2:...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Day 3~: 땅을 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중

악순환의 고리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사업체 찾아다니기

배고파서 3끼 다 먹기 (평소엔 안 그러는데!)

스트레스 해소용 맥주 1잔

쓰러지듯 잠들기

몸도 정신도 망가지는 느낌

다음 날 아침 다시 출동...

원래 목표: 운동 + 돈 벌기
현실: 식비 + 주류비 증가, 피로 누적

3주간의 리얼 전투기

거절의 달인들을 만나다

"바쁘니까 나중에 와요"
"우리 개인정보 안 줍니다"
"조사? 그런 거 안 해요"
"사장님 안 계세요" (분명 안에 계시는데...)

거절당할 때마다 "응답거부"라고 열심히 적었다. 뭐가 문제야? 사실대로 쓴 건데?

까다로운 담당 매니저의 등장

"이거 응답거부라고만 쓰면 안 되죠. 다시 연락해 보세요."

... 네? 거절당한 곳을 또 가라고요?

그렇게 매니저님은 밤 10시에 원장님과 약속을 잡아주는 신의 한 수를 두셨다. 덕분에 나는 밤 10시에 상가로 출동... 이게 알바인가, 영업인가.

타이밍 싸움의 전쟁터

점심시간 피하기: 식당 사장님들 건드리면 큰일 남


저녁시간 피하기: 술집, 카페는 이때가 제일 바쁨


아침 일찍 가기: "아직 준비 중이에요"


너무 늦게 가기: "이미 지쳤어요"


결국 언제 가도 "지금은 안 돼요"의 연속. 타이밍의 신이 되어야 하는 알바였다.

삶의 현장, 그 자체

여러 상가를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는 사장님 (천사님...)


종업원 수 물어보니 "몇 명으로 할까요?" 하시는 분


"이거 통계청 거 맞아요?" 의심의 눈초리


조사 다 끝나고 커피 한 잔 주시는 분 (감동의 눈물)


각양각색의 사업체, 각양각색의 사람들. 진짜 '체험 삶의 현장'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땅을 치며 후회했던 그 순간들이, 지금 돌아보니 묘하게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몰랐던 동네 구석구석을 알게 됨


다양한 업종, 다양한 사람들을 만남


거절 스킬 레벨업 (멘털 강화)


"나 이런 것도 해봤어"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


운동 효과는?
→ 확실히 걸었다. 만보기 터질 정도로.

돈은 벌었나?
→ 3끼 식사비랑 맥주값 빼고 계산하면... 글쎄...

결론

이 알바를 추천하냐고?
"각오 단단히 하고 오세요."

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멘털이 강하다면, 겨울 추위를 즐긴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

단, 식비와 스트레스 해소비 예산은 넉넉하게 잡으시길! �

P.S. 3주 끝내고 나면 그 동네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리고 "응답거부"라는 단어가 꿈에 나옵니다.



그래도 할만했나 보다

가을에 인구조사에 또 지원하는 걸 보니

올 가을도 바빠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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