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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과 함께한 특별한 아침

추석 오란다 만들기

평소보다 빠른 출근

"이번엔 수지초등학교, 사무실 7시 50분 집합."

추석을 앞두고 유치원에서 오란다를 만든다는 공지를 받았다.

평소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라 여유를 두고 눈뜨자마자 바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출근길 시간대라 혹시나 늦을까 봐 마음이 바빴는데, 일찍 도착해 보니 원장 선생님도 벌써 와 계셨다.

"일찍 왔네요!" 서로 웃으며 바로 출발했다.


생각보다 간단한 레시피

재료를 보고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오란다 알갱이를 조청에 버무리면 끝.

네모 칸에 꾹꾹 눌러 담고, 오렌지 말린 것과 감태 한 장만 올리면 완성이다.

'이게 다라고?' 싶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니 그 단순함이 오히려 좋았다.


끈적끈적해진 양말과 순수한 웃음

"선생님, 떨어뜨렸어요!"

아이들이 오란다를 만들다 여기저기 떨어뜨리는 바람에 내 양말은 어느새 끈적끈적.

하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양말 따위는 상관없었다.

"할머니 집에 가져갈 거야!" "나는 엄마 줄 거야!"

유치원 아이들은 정말 순수했다.

어른들은 명절 음식 만들기가 스트레스일 텐데, 이 천사 같은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오란다를 선물하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감태 한 장의 마법

원장 선생님께 드릴 송편을 보자기에 예쁘게 포장하고, 아이들이 만든 오란다도 포장했다.

신기하게도 포장 하나로 오란다가 고급스러워 보였다. 감태 한 장 올렸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더 배우는 아이러니

유치원 알바를 하면서 전통 음식을 배우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행복하다.

원래 내가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시작한 일인데, 유치원을 따라다니며 오히려 내가 더 배우는 아이러니.

오란다가 뭔지도 잘 몰랐던 내가, 이제는 시댁에 가져가며 "제가 만들었어요!" 하고 자랑까지 한다.


작은 것이 주는 큰 행복

요리 보조 알바라고 하기엔 너무 재미있고, 봉사라고 하기엔 내가 받는 게 더 많은 이 시간들.

끈적끈적한 양말도, 이른 아침 출근도,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 앞에서는 그저 작은 에피소드일 뿐이다.

다음엔 또 무슨 전통 음식을 배우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천사들과 함께하는 유치원 요리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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