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년째 이어지는 알바의 비밀
마감에 쫓겨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글을 쓰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아차, 오늘 목요일이잖아!"
화·목·토, 일주일에 딱 세 번 고시원 주방을 체크하러 가는 날이다.
부랴부랴 달려간 주방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지난 추석 때 원장님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명절 음식들로 꽉 찼던 그 식탁이. 학생들이 얼마나 맛있게 먹었을까 싶어 괜히 흐뭇해졌다.
우리 원장님은 명절이면 항상 특별한 간식을 챙겨주신다.
올해는 나한테도 찹쌀부각 선물세트와 현금 보너스까지 주셨다.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이런 분들과 일하니 알바가 알바 같지 않다.
자연스럽게 내 일처럼 열심히 하게 된다.
지난번엔 카톡으로 "수능 100일 기념 선물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쿠폰이 날아왔다.
나야 백일인 줄도 몰랐는데 말이다.
이번엔 원장님이 해외여행으로 긴 휴가 중이라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내가 좀 더 꼼꼼히 챙겨야지,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 알바의 가장 큰 매력? 내가 편한 시간에, 내가 알아서 일정을 짤 수 있다는 것.
존중과 이해가 베이스에 깔려 있다.
그래서 하루짜리 단기 알바로 시작했던 게 어느새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알바 마치고 돌아오는 길, 신호등에 걸리면 나는 안전봉에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를 후다닥 뗀다.
사진 찍고, 빨간불일 때도 바쁘게 움직인다.
어떤 날은 전단지가 너무 많으면 그냥 지나치고, 걷다가 보이면 또 떼고, 하기 싫으면 패스.
이것도 나만의 자유다.
그러면서 폰으로 만보기 앱을 확인한다.
8천 보 넘으면 200원 들어오는 그 앱.
걸으면서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고. 이게 바로 내 소소한 재미다.
"그렇게 푼돈 모아서 어디다 뒀어?"
남편이 물으면 나는 대충 웃어넘긴다.
푼돈? 세상엔 토스 친구 알람 1원이라도 같이 벌자고 초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벌면 또 뭐 어떤가. 즐거우면 그만이지.
그런데 말이다.
아들이 유도하다 다쳤다고 병원 갔더니 뼈에 금이 갔단다.
엑스레이 찍고, MRI 찍고. 그렇게 50만 원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벌 때는 1원, 10원, 100원, 200원 모으는데 진심이고, 쓸 때는 한 방에 수십만 원이 훅 나가는 이 아이러니. 이게 바로 돈의 굴레다. 재미있고도 야속한.
오늘도 바쁘게 하루가 갔다. 푼돈 모으며 소소하게, 큰돈 쓰며 허탈하게.
그래도 나는 오늘도 걷는다. 내일도 또 200원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