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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의 하루, 그 밥 한 숟갈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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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40분, 중학교 급식실 문을 열었다. 하루 알바라 기대도, 눈치도 없었다.

그냥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문 안에는 작은 사회가 있었다.

첫 업무는 “봉투에 담긴 재료를 소쿠리에 붓기.”
그런데 그 양이 장난 아니다.

한 소쿠리가 내 허리까지 차오르고, 밥솥은 내 키보다 크다.

국통은 드럼통만 하고, 그 안에 끓는 국은 마치 대형탕이다.

위생을 위해 ‘샘플식’을 따로 담아 두는 것도 처음 봤다. ‘이걸 매일 한다고?’

주방 안은 이미 전쟁터다.
밥, 국, 반찬이 동시에 움직이고, 서로 말 안 해도 손이 척척 맞는다.
고무장갑도 색깔별로 나뉘어 있다. 파란 건 식기, 분홍은 청소, 노란 건 조리용.

그 질서 속에서 모두 자기 자리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그릇은 무겁다. 남자들이 들어야 할 무게 같지만, 그릇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척척’ 밀고 ‘슥슥’ 닦는 손놀림이 예술이다.

밥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국에서는 미역이 고개를 내민다.

그렇게 몇백 명의 학생을 위한 한 끼가 완성된다.

학생들이 “우와, 오늘 반찬 맛있다!” 한마디 하면, 그 안엔 수십 손의 땀이 담겨 있다.
밥 한 숟갈마다 누군가의 노동이 뜨겁게 녹아 있는 셈이다.

배식이 끝나면 또다시 전투다. 설거지, 청소, 정리.
장화 신은 아주머니들이 호스를 잡고 바닥을 씻어내면, 하루의 열기가 함께 쓸려 내려간다.
누군가는 샤워실로, 누군가는 잠깐 의자에 기대어 쉰다.

그날 집에 돌아오며 생각했다.
“우리가 먹는 급식 한 그릇엔 진짜 수고가 담겨 있구나.”
그들의 손끝 덕분에 아이들은 따뜻한 밥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그 평범함이 사실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날 비로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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