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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트그라운드

새벽 독서 모임의 기적

토요일 새벽 6시, 알람이 울린다.

책을 읽으러 온라인에 접속한다.

우리는 돌아가며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어떤 날은 알람을 못 들어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괜찮다. 우린 그렇게 새벽을 함께 나눈다.

한 달에 한 번,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문아트그라운드로 출발!"

용인이라 가까울 줄 알았는데, 1시간을 달려 깊은 산골로 들어간다. 그곳은 정말 이색적인 곳이었다.


첫 번째 방문: 친구들과 함께

문갤러리에서는 예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판화와 타피스트리가 전시된 모던 뮤지엄.

아름다운 야외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의 향연.

아카이브는 숲 속 도서관 그 자체였다.

30년간 수집된 아트북과 한정판 책들이 가득한 곳.


2층 단독방

수장고처럼 생긴 그곳에서 우리는 그림을 그리며 수다를 떨었다.

조언도 나누고, 인생 이야기도 펼쳤다.


실버스크린에서는 혁신적인 미디어 아트를 경험했다.

국제적인 미디어 아트 팀이 기획한 전시,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음악 이벤트.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에서 진정한 감성을 느꼈다.


5시간을 커피 한 잔과 쿠키로 버틸 수 있었다. 아니, '버티다'는 표현이 맞지 않다.

그저 시간이 흘러갔다. 행복하게.

한적한 도서관이자 커피숍이자 미술관.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최적의 장소였다.


"재방문 쿠폰 드릴게요."

좋아, 다음엔 남편과 와야지.


두 번째 방문: 남편과 함께

같은 깊은 산골.

그런데 이상했다. 신비감도 없고, 대화도 없고, 재미도 없는 곳이 되어 있었다.

아, 그렇구나. 같은 장소라도 누구와 있느냐가 중요하구나.


"근처 맛집 가자."

카카오 네비를 검색했다. 영업 중이라고 떴다. 도착했더니

"상호 바뀐 지 3개월 됐어요."


카카오 네비야, 반성해라.

결국 집 근처까지 와서 "식당 가자"고 했더니, "아이들 밥 안 차려?" 하며 또 짜증을 낸다.


집밥을 좋아하는 놈과 밥 하기 싫어하는 년이 만나서, 우린 이렇게 복합문화의 집으로 살아간다.


에필로그

싱크대엔 설거지가 잔뜩 쌓여 있다.

일기를 쓰려니 힘이 빠진다.

하지만 알겠다.


숲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는 독서와 예술 감상의 시간도 좋지만, 자연이 가득한 문갤러리에서 예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는 것도 좋지만,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실버스크린에서 진정한 감성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하느냐였다.


다음 토요일 새벽 6시, 나는 또 알람을 맞춰놓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그리고 두 달 뒤, 우린 또 다른 곳으로 출발할 것이다.

오늘 집밥으로 인한 설거지의 짜증을

이천 쌀밥으로 달래주러

다음 오프라인 모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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