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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라는 이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이 사진을 보고 주문한건데 과연?


원가 24,900원짜리 꽃다발 폭탄박스. 가격도 폭탄 활인. 실물도 폭탄?????

할인이 좋다길래 덥석 샀다.

닮고 싶은 그녀에게 추석 연휴에 맞춰 보냈는데, 배송완료 알림이 뜬 순간부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리뷰가 좋았다. 주문 전까지는.


그런데 10월 14일, 별 하나짜리 리뷰가 떴다. "시든 꽃이 왔어요."

아, 이런.

걱정 반, 근심 반.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걱정 70%, 근심 20%, 땀 10%.

기쁘게 하려던 선물이 쓰레기 덩어리가 되어 도착했다면? 상상만 해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과 사건도 있었다.

전에 주문했던 사과가 맛있어서 고모네 집에 재주문까지 해줬다.

그런데 이번엔 상태가 영 별로였나 보다.

고모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이거 주문한 거 맞아요?" 하고 확인만 하셨단다.

고맙단 소리는커녕, 괜한 허튼짓만 한 건 아닌지 자책의 늪에 빠진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남편에게 메이커 신발을 사줬다.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근데 발볼이 작은지 발이 아프다고.

"남한테 뭘 줄 때는 제일 좋은 걸 주라"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좋은 건 줬는데... 발이 아프면 소용없잖아?


지난 주말엔 시골에서 캔 고구마를 나눔 했다.

밤인지 호박 고구마인지도 모르는 채로. 저번엔 옥수수도 나눴는데, 집에서 먹을 거라 농약을 안 쳐서 모양이 영 별로였다.

중국에서는 사과에 겉에 왁스 칠하고 빨갛게 물감도 칠한다던데.

몸엔 해롭지만 눈엔 좋아 보이라고.


나는 그저 부모님이 힘들게 지은 농사를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예전엔 이웃끼리 나눠 먹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지금은? 빈 그릇 돌려줄 때 고민이 많아진다. "뭘 담아서 돌려줘야 하나?" "이 정도면 실례는 아닐까?"

선물이 부담이 되는 시대.


그래도 나는 계속 줄 것이다.

시든 꽃이 도착할 수도 있고, 발 아픈 신발일 수도 있고, 모양 못난 고구마일 수도 있지만.

선물의 진정한 의미는 완벽함이 아니라 마음이니까.


받는 사람이 기뻐할지, 실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진심을 담았다.


그게 선물 아닐까.


실패할 수도 있는, 하지만 계속 시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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