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원들의 하루, 설렘과 졸음 사이”
아침부터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다.
새로운 도전의 첫날, 자전거를 타고 병점으로 향했다.
버스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다는 안내를 보고 괜히 혼자 웃었다.
화성시청 동부출장소 3층, 이미 교육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구조사 한지 100주년”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처럼 처음 온 사람부터 베테랑 조사원까지, 다들 진지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다.
곧 전화가 울렸다. “어디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예전에 입주도우미 알바를 함께 했던 언니였다.
반가움에 손을 흔들었다. 그 언니는 어제 냉동물류센터에서 닭고기 포장 알바를 했다고 한다.
옆자리엔 사업체 조사 경험자도, 다른 쪽엔 처음 하신다는 분도 있었다.
역시 부지런한 사람들은 여기 다 모였다.
교육은 생각보다 길었다.
오전부터 이론수업—문항은 무려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바쁜 세상에 문도 안 열어주는데 50문항을 받아야 한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아찔하다.
외국인 응답자를 위한 번역본이 20개나 준비돼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강의는 계속 이어졌고, 동영상 교육까지 다시 반복됐다.
‘개물림 주의’ 영상이 또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초보 조사원분은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 열정에 나도 살짝 자극받았다.
내일은 태블릿을 이용한 실습이란다.
솔직히 오늘보단 훨씬 재밌을 것 같다.
현장에서 직접 입력하고 조작하는 법을 배우면 진짜 조사원 느낌이 나겠지.
비좁은 주차장, 긴 교육, 끝없는 문항 설명… 그래도 교육수당이 나온다니 참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5년마다 돌아오는 인구주택총조사, 이번엔 내가 그 한 부분이 된다는 게 조금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