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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할래?

아파트 입주 도우미

"간단한 일이야" 그 한마디의 함정


"아르바이트할래?" "뭐 하는 건데요?" "간단한 일이야, 새 아파트에서 입주 도우미!"

별생각 없이 "네" 했던 그날. 나는 몰랐다.

이게 그냥 알바가 아니라 남의 집 구경 올인원 패키지였다는 걸.


첫 출근, 그리고 깨달음

언니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한 새 아파트.

페인트 냄새 진동하는 반짝반짝한 건물을 보는 순간, '오... 여기서 일하는 거구나' 싶었다.

근데 막상 시작하니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전문직이었다.

그냥 열쇠 주고받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건 새 아파트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직업이었다.

우리의 미션:

도배, 타일, 바닥, 창호 하자 점검 (CSI급 관찰력 발동)


신발장 안 소화기 체크


열쇠 세팅 (내 집 비번도 이렇게 바꾸는 거였어?)


전기, 설비, 옵션 확인


하자 접수받기 (가끔 폭탄 전화 주의)


빈집 순찰 (불 끄고 갔나 체크)


이 일의 꿀 포인트 TOP 5


1. 합법적인 새 아파트 투어

부자들 사는 탑층 펜트하우스부터 알짜 평면 구경까지. 이건 그냥 부동산 박람회 무료 입장권이다.

"와, 이렇게 넓어?" "발코니 뷰 미쳤다!" 하루 종일 감탄사만 나온다. 모델하우스집구경은 덤


2. 스마트홈 테크 무료 강의

마스터키로 자동으로 열리는 현관문, 음성인식 조명, 첨단 시스템... 우리 집은 아직도 손잡이 돌리는데, 여기선 미래를 경험한다. 그때는 진짜 부러웠는데, 지금은 우리 집도 스마트홈으로 바뀌었다


3. 행복 에너지 충전소

새집 받는 사람들 텐션 보면 나까지 기분 좋아진다. "축하드려요!" 진심으로 말하면 고객들도 웃는다.

이 바이브는 진짜 중독성 있음.


4. 팀원들과의 꿀잼 대기 시간

고객 없는 시간엔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락 먹고 수다 떨기. 비 오는 날엔 부침개 부쳐 먹기도 하고. 이게 진짜 꿀맛. 바쁠 땐 죽겠는데, 한가할 땐 천국.


5. 버려지는 멀쩡한 물건들

"새집이랑 안 어울린다"며 버리는 것들 진짜 많다.

가구, 소품, 생활용품... 은근 득템 찬스 있음 (합법적으로!)


하지만 현실은...

진상 고객의 등장

"하자 접수한 지 3일 됐는데 왜 안 고쳐줘요?!" 일손 부족한 건 우리 잘못이 아닌데 소리 지르는 고객 만나면... 답이 없다. 그럴 땐 그냥 "죄송합니다" 무한 반복.


페인트 냄새 + 먼지 지옥

새 건물이라 냄새 장난 아니다. 마스크 필수. 옷도 매일 먼지투성이. 그래도 공짜 폐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아니 그것도 아닌가?


체력전

바쁜 날은 하루 종일 고객 따라다니며 몇십 층 계단 오르내리기. 만보기 보면 2만 보 찍힘. 다이어트 중인 사람한테는 딱.

숨겨진 꿀팁

복도에 쓰인 ESPC뜻 (뭔지 몰랐는데 이것도 배움)


주방 소화기랑 일반 소화기 다른 거 알게 됨 (상식 업그레이드)


입주 전 불법 공사 단속 (몰래 들어온 인테리어 업체들 적발)


전기세 나가기 전에 모든 공사 끝내야 함 (입주 전 마지막 48시간 전쟁)


이런 사람한테 추천

새집 구경 좋아하는 사람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체력 좀 있는 사람 (계단 각오)
팀워크 즐기는 사람
디테일 보는 눈 있는 사람


솔직 후기

입주 마무리 단계 되면 일 별로 없어서 시간 보내기 딱 좋다.

팀원들이랑 케미 맞으면 진짜 출근이 즐겁다.

바쁠 땐 헬인데, 한가할 땐 천국. 이런 게 바로 갓생 알바다.

일당 받으면서 남의 집 신세계 구경하고, 전문 지식도 쌓이고, 사람들 행복한 모습도 보고. 진상만 안 만나면 진짜 괜찮은 알바다.

"아르바이트할래?"
다시 묻는다면?
"네!"

단, 팀원 복불복은 알아서...

P.S. 이 일 하면서 배운 게 진짜 많다. 내 집 열쇠 비번 바꾸는 법부터 하자 보는 눈까지.

나중에 내가 새 아파트 입주할 때 엄청 도움 될 듯. 그때 가서 "어? 이거 제가 점검해 드릴게요~" 하면 폼 나지 않을까?


그리고... 진짜 중요한 깨달음

날 소개해준 언니 이야기.

언니는 입주가 마무리되면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간다.
돈이 남으면 금을 산다.

어느 날 언니가 들고 온 금수저.
"금수저 샀어!"

커피잔에 금수저로 커피 저어주는 멋진 언니.

그때 금 1돈이 30만 원 초반.
나는 "비싸다" 생각해서 금 가게 투어만하고
그냥 통장에 넣어뒀다.

지금 보면...
어찌 이리 미련한지..........


인생의 진리를 깨닫다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언니는 아르바이트비로 추억도 만들고, 자산도 만들고, 폼도 잡았다.
나는... 그냥 통장 잔고만 쳐다봤다.

이 아르바이트하면서 배운 건 단순히 일하는 법이 아니었다.
돈을 버는 법도, 쓰는 법도, 사는 법도 배웠다.


결론: 이 알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조건 해라.

돈도 벌고


부동산 공부도 되고


운동도 되고


인맥도 생기고


미래 집 살 때 써먹을 지식도 쌓고


인생 선배들한테 투자 팁도 배우고


이런 알바가 어디 있어?

"아르바이트할래?"

"네!!!!"

(P.S. 이 글 보고 입주 도우미 지원하는 사람 생기면
나한테 커피 한 잔 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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