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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census 100년2부

2일 차 실전 태블릿 교육 - 예상 밖의 반전들


"다시는 이 일 안 한다면서요?"

실습 도우미로 오신 매니저분이 웃으며 내게 물으셨다.

지난겨울 사업체 조사 때 만났던 그분이었다.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추운 겨울날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다시는 안 해!'라고 다짐했었는데...

여기서 또 만나다니.


우연으로 시작된 알바의 연쇄

사실 이번 인구총조사도 우연히 시작됐다.

언니가 친한 친구에게 정보를 보내려다가 실수로 통장 단톡방에 동사무소 채용공고 링크를 올린 것.

누군가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홍보 전단지였을 텐데, 나는 그걸 읽고 신청했다.

웃긴 건 정작 그 링크를 올린 통장님은 접수를 깜박하셨다는 것.

통장 일을 하면서 가구 방문의 노하우가 쌓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나 이거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시작한 알바였다.


첫날 인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실전 태블릿 교육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어제 자신만만하게 질문도 척척 하시던 나이 드신 분이 오늘은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반대로 어제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하며 걱정 가득하던 분이 오늘은 그분을 도와드리는 반전이!

역시 이 일은 나이가 아니라 '기계치'냐 아니냐가 관건이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사람은 금방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힘들어 보였다.


알바계의 낙하산은 실존한다

접수를 깜박하셨던 통장님과 친한 분 2명이 새로 오셨다.

분명 어제 "대기자가 엄청 많다"라고 들었는데? 역시 알바도 백(연줄)이 있으면 낙하산을 탈 수 있구나.

이게 현실이지.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첫날 함께 교육받은 금수저 알바 언니가 갑자기 태블릿을 반납하러 오셨다.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으셨다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렇게 이번 인구총조사에 통장 4명이 함께하게 됐다.

벌써 우리만의 단톡방도 생겼다.

"안녕하세요. 자신이 없어 도움을 받고자 단톡방 만들어요. 여기서 궁금한 사항 서로 논의해요."

"태블릿에 빨리 적응해야겠어요. 종이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쉬운 일이 없네요. 도움 필요하면 도와줘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한다는 게 이렇게 든든한 거였구나.



종이 없어도 짐은 안 가벼웠다

"태블릿으로 하면 가방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예전 사업체 조사 때는 종이 서류가 산더미였다. 일일이 종이에 쓰고, 통계 내고... 그 종이 양을 보고 진심 놀랐었다. 그래서 이번엔 디지털이라 짐이 가벼울 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문제는 메뉴가 어디 숨어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는 것. 처음 쓰는 시스템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모르는 게 있으면 관리자분이 와서 도와주시긴 하는데, 그래도 종이가 익숙한 세대에겐 쉽지 않은 전환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조사가 있었다니!

교육받으면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니!


통계청 조사들:

지역별 고용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

양곡소비량조사

경제활동인구조사

가계동향조사

집세조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사실조사<통장으로 나의 주업무>


국토해양부: 주거실태조사


연중 내내 이런 조사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사원 수요가 계속 있는 거구나. 한 번 조사원으로 일하면 계속 알바를 할 수 있겠다.


지난번의 "다시는 안 한다"는 다짐은 이미 까맣게 잊었다.

동료들과 단톡방에서 서로 묻고 답하며 하나씩 배워가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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