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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용대 봉사 일지

소화기, 감지기 배부 및 설치


단톡방 공지 하나

바쁜 일상에 떠오른 소방의용대 단톡방 알림.

"소화기 배부 봉사 모집합니다!"

별생각 없이 '신청'을 눌렀다. 그게 이런 모험의 시작일 줄이야.


아파트 정글 탐험기

소방서 집결

눈곱 떼고 도착한 소방서. 2인 1조로 짝을 이루고, 묵직한 박스 하나를 받았다.

박스 안 내용물: 1집에 배부

소화기 1대

감지기 4대 (이걸 다 달아야 한다고?)

방문 명단 (오늘의 미션 리스트)


"자, 출발하세요!"


미로 같은 지하주차장

배정받은 아파트 도착.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깐, 여기가 몇 동이지?

"아니 이 아파트는 왜 이렇게 큰 거야?"

기둥마다 번호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지상으로 탈출.


벨을 누르면 일어나는 일들

집집마다 다른 반응:

1호: 공허한 울림

띵동~ (응답 없음)


띵동~ 띵동~ (여전히 조용)


전화 걸기 → 통화 중


2호: 인터폰 너머 목소리

"누구세요?"

"소방서에서 나왔습니다!"

"아, 문 앞에 두세요~"

(찰칵! 인증숏 필수)


3호: 문 열어주신 할머니

"소화기랑 감지기입니다!"

"어디다 두면 돼?"

"현관 옆에 두시면 됩니다~"


6집을 방문하고, 1집은 연락 두절. 문 앞에 두기도 애매하고... 월요일로 예약!

박스는 가벼워졌지만, 다리는 무거워진 채로 소방서로 복귀.


감지기 설치의 신이 되다

확인 전화부터

"어제 문 앞에 두고 간 물품 잘 받으셨어요?"

대부분 "네~" 하시지만, 한 집에서...

"아직 설치를 못 했어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지금 가겠습니다!"


실전 투입! (준비는 제로)

소방서 담당자: "그냥 나사만 돌리면 돼요, 쉬워요!"

현실은...

감지기 설치 5단계:

배터리 비닐 뜯기 (이것부터 힘들다)

연결선 끼우기 (어? 빨강이 위? 아래?)

천장에 나사 고정 (목이... 아파...)

본체 결합 (딸깍 소리가 안 나!)

뚜껑 닫기 (드디어 완성!)


주방 천장의 고군분투

평생 남의 집 현관 밖에서만 일하다가, 이제는 주방 천장에 올라가 감지기를 다는 나.

"이 봉사로 가스점검 알바도 할 수 있겠는데?"

자신감 뿜


복귀 & 보고

소방서 복귀.

"오늘 몇 가구 하셨어요?" "네몇 집 완료했고, 한 집은 월요일에 다시 갑니다!"

서류에 봉사시간 기록하고, 싸인.


봉사하며 깨달은 것들

1. 소방서는 불만 끄는 곳이 아니다

소방서가 하는 일:

화재 진압 ✓

구조 활동 ✓

소화기 배부 ✓ (몰랐다!)

안전 교육 ✓

예방 점검 ✓


2. 공무원의 업무는 정말 세분화되어 있다

예전엔 민원 전화할 때:

"담당자 바꿔드릴게요"

"아, 그건 제가 아니라..."

"잠시만요, 다른 부서로 연결해 드릴게요"

"아니 몇 번을 돌리는 거야!" (짜증)

이제는 이해한다: 업무가 방대하고 전문화되어 있구나. 담당이 아니면 정말 모를 수밖에 없겠구나.


3. 작은 봉사가 주는 큰 깨달음

누군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참여하다니.

4~6만 원의 작은 비용으로

4시간 봉사 인정

지역사회 기여

새로운 경험

그리고... 자존감 회복


마치며

공무원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

한 번의 봉사로 여러분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습니다.



봉사 팁 (후배들에게)

편한 운동화 필수 (아파트 계단 오르내림 多)
핸드폰 배터리 충전 100% (전화 많이 함)
간단한 공구 준비 (못, 드라이버)
목 스트레칭 미리 해두기 (천장 작업)
밝은 미소와 친절한 말투 (주민 응대)

"소방의용대, 생각보다 보람 있는 봉사입니다!"



천장에 감지기를 달아주고 나오려니 식탁위에 있는 사탕을 한주먹 씩 주시는데 감사의 마음이 느껴져서 행복과 보람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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