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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해설사 3년 차

우리 동네의 보물


"탄요(炭窯)가 뭐예요?"

3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본 현수막 한 장. 마을 해설사 모집 현수막

그때만 해도 나는 동탄에 입주 때부터 살면서도 우리 동네에 이런 역사 유적이 있는 줄 몰랐다.

친한 언니네 타운하우스 바로 옆에 있었는데도!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오늘 유적 탐방을 하다가 산책 나온 언니를 만났다.

정말 웃겼던 게, 우리가 이렇게 단체로 유적지를 탐방하는데도 그냥 지나치더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매일 지나다녀도 안 보이는 게 확실하다.

그래서 더 보람찬 것 같다.

내가 하는 설명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우리 동네에 이런 역사가!" 하는 발견의 순간이 되니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축제의 계절

행사 준비하면서 날씨 걱정에 밤늦게까지 회의하고, 집에 들어가니 남편 한마디.
"내 밥은?"

요즘은 내가 남편보다 더 바쁘다.

먼저 온 사람이 밥 차려 먹으면 안 되나?

그래서 남편한테 내가 왜 바쁜지 보여주고 싶어서 유적 탐방에 데려갔다. 빈자리도 있고 해서.


진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온다는 것

이번엔 다른 동에서도 오셨고, 아이 손 잡고 온 엄마, 혼자 오신 분, 온 가족이 함께 오신 분까지 정말 다양했다. 그런데 신청 인원이 생각보다 적었던 덕분에 오히려 찐으로 관심 있는 분들만 오셨다.

설명도 집중해서 잘 들으시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1학년 한 아이. 설명할 때는 땅바닥 파고 있고 딴짓만 하길래 '아, 안 듣는구나' 했는데, 퀴즈 낼 때 대답을 곧잘 하더라. 학교 다닐 때 노는 것 같아도 성적 좋은 애들 있잖아? 귀는 열어두었나 보다.


3년 차, 그리고 남은 사람들

무보수 봉사. 일 년에 한 번이긴 하지만, 3년째 하다 보니 봉사자들도 많이 떠나고 정말 설명 잘하시는 몇 분만 남으셨다.

하지만 이렇게 남아서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들 눈이 반짝이며 "우와!" 하는 순간


주민들이 "여기 이런 곳이었어요?" 하며 놀라워하는 표정


퀴즈 맞히고 사은품 받아가며 좋아하는 모습


한지공예 체험권, 케이크 만들기 체험권 받고 신나 하는 아이들


과연 내년에도?

솔직히 내년에도 이 프로그램이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확실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

숯가마 하나, 유적지 한 곳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특별한 역사가 되는 순간들.

요즘 가을이라 축제가 참 많지만, 3년 동안 마을해설사를 하면서 깨달은 건 이거다.


우리 동네에는 보물이 숨어있고, 누군가는 그걸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이고, 그게 바로 나의 보람이다.


P.S. 남편아, 미안. 올해도 바쁠 것 같아. 밥은 각자 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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