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를 발견했다.
"컴포우즈 커피, 당근페이 결제 시 1,500원 할인!"
사실 무료는 아니었다. 원래 가격 1,500원에서 1,500원을 할인하면 0원.
계산기가 필요 없는 수학이었다. 완벽한 무료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당근페이로 현장 결제를 해야 하고, 12일 그것도 일부 시간대만 가능했다.
시계를 보니 '30분 남았다!'
무료. 그 달콤한 단어 앞에서 나는 이미 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야! 당근페이 있어? 빨리 보내줘!"
그리고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커피숍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30분. 1,500원을 공짜로 만들 수 있는 30분.
헐떡이며 컴포우즈 커피숍 문을 열었다. 이벤트 시간대를 놓칠 수 없었다. 아직 20분은 남았다.
"안녕하세요! 당근페이 무료 이벤트 하는 거 맞죠? 1,500원에서 1,500원 할인되는 거요!"
"네, 맞습니다. 당근페이 현장 결제 화면 보여주시면 돼요."
완벽하다. 나는 자신 있게 핸드폰을 꺼냈다. 딸의 답장이 와 있었다.
'ㄱㄷ'
음? 오타인가? 아, 바빠서 급하게 쓴 거겠지.
"이거요, 제 딸이 지금 해주고 있거든요.
ㄱㄷ...
왠 오타?
기다리라는 뜻이잖아요?"
스물 몇으로 보이는 알바 직원이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동정도, 당황도 아닌, 뭔가 더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단어를 짧게 쓰는건 알았지만
ㄱㄷ 뜻을 오타로 인식한 나를 발견 하고 깜작 놀랐다
결국 나는 딸의 도움과 직원의 친절한 안내로 당근페이를 보여주고, 현장 결제를 마치고, 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손에 쥐고 커피숍을 나섰다.
첫 모금을 마시는데, 그 맛이 참 묘했다.
씁쓸했다. 딸과 나 사이에 놓인 'ㄱㄷ', 'ㅇㅈ', 'ㄹㅇ' 같은 보이지 않는 벽이.
달콤했다. 그래도 1,500원을 아꼈으니까. 0원이니까.
그리고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이 어이없는 상황이, 딸과의 이 어색한 소통이, 알바생의 그 난처한 표정이.
근데 진짜 받았어?"
"받았지. 0원 냈어. 완전 무료."
"ㄹㅇ? ㄷㄷ"
아. 나는 또 모르는 게 나왔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딸아, 엄마는 진심이야. 무료 커피를 향한 나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ㄱㄷ'만큼이나.
P.S. 딸아, 그리고 'ㄷㄷ'은 뭐야? 그것까지 알려줘. 엄마도 배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