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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 하나에 담긴 세대의 풍경


"구글에서 대외활동하는데 상 받았어."

가족 단톡방에 큰딸의 메시지가 떴다.

뭔지도 모르고 "축하해!"라며 이모티콘부터 보냈다.

주말마다 동아리 활동한다고 서울 간다던 딸, 집에도 잘 안 오고 바쁘다고만 하던 그 아이가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젊음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라지만, 엄마 마음은 걱정이 앞섰다.

오늘 딸이 내게 갤럭시 탭을 선물로 주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나만 노트북도 탭도 없는 사람이었다.

줌 수업 들을 때마다 컴퓨터로 줌 켜고 화면 분할해서 수업 따라가느라 목도 아프고 눈도 침침했는데,

드디어 나도 나만의 탭이 생겼다.

1인 1 탭 시대가 우리 집에도 온 것이다.

50대가 되면서 스마트폰 글씨가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슬프다.

갤러리에서 사진을 손으로 확대해서 글씨 읽는 게 일상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샴푸병 글씨가 안 보인다는 엄마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는 작은 글씨를 읽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탭의 전원을 켰다.

아들을 불러서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했더니, 카메라로 QR 코드 찍으니 핸드폰 정보가 자동으로 옮겨졌다. 신기했다.

인터넷 쇼핑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물건 사고 싶은데 주문 못하는 엄마가 답답했었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이제 70이 넘은 우리 엄마도 집 앞 홈플러스 대신 쿠팡으로 물건을 산다.

홈플러스가 문 닫는 건 믿을 수 없지만, 참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요즘 쿠팡 개인정보 사태로 탈퇴하는 사람도 많고 말도 많지만,

빨리 탭 커버를 사고 싶어 나도 쿠팡으로 주문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탈퇴하려고 메뉴 찾고 있었는데 말이다.

편리함이 우리 보안을 허물어버렸지만, 간편함에 익숙해진 지금, 되돌아가기는 두렵다.


구글 앰배서더로 탭까지 받은 딸이 자랑스럽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평생학습관에서 AI를 배우러 다니는 나도 보람 있다.

백조처럼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열심히 발을 굴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대견하다.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년의 끝없는 배움의 길. 쉽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딸이 준 탭 하나가, 그저 기계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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