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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을 잇는 시간

시민 북 큐레이터가 되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해볼까?"

동아리 단톡방에 뜬 도서관 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나는 별 고민 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북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이 봉사는, 예상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나를 데려갔다.


줌 화면 너머로 시작된 배움

첫 교육은 줌으로 진행됐다.

화면을 켜고, 북 큐레이션이 무엇인지 처음 배웠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책장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드는 것.

한 권의 책을 단순히 꽂아두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입히고 맥락을 만드는 것.

그게 북 큐레이션이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나는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은 사람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할 만큼 자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교육을 들었다.

운전 중에는 소리만 연결해 놓고 듣고, 나중엔 유튜브로 다시 복습했다.

그렇게 천천히, 이 세계에 빠져들었다.


함께 만들어가는 책의 풍경

북 큐레이션 봉사자들이 처음 모였을 때,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서로 고른 책을 소개할 때의 그 반짝이는 눈빛, 책 이야기만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열정.

우리는 매달 주제를 정하고, 각자 고른 책을 모아 전시를 꾸렸다.

활동 기간 동안 사서 담당자가 세 번이나 바뀌는 작은(?) 변화도 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새로운 담당자를 만날 때마다 다른 시각과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변화는 때로 배움의 기회였다.


점수보다 큰 보람

봉사는 보상이 없다.

이력서 한 줄, 점수 몇 점. 그게 전부다.

그런데도 우리는 열정으로 움직였다.

때로는 시간 내기 어려워 힘들었고,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고르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경험이 모든 피로를 날려버렸다.

대출 중.

내가 고른 책 옆에 붙은 그 작은 표시.

서가에서 사라진 그 자리.

그 순간의 짜릿함이란!

누군가 내가 추천한 책을 집어 들었다는 확신.

우리의 선택이 누군가의 손에, 누군가의 하루에 닿았다는 증거.

그게 북 큐레이션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쁨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성과공유회가 있었다.

단톡방에는 참석 신청이 없었다.

나도 취소했다. '뭐, 그럴 수 있지. 다들 바쁘니까.'

그런데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갈래요? 점심도 함께해요."

그 말 한마디에 결국 네 명이 모였다.

도서관 공간에는 크리스마스 음악이 흐르고, 정성스럽게 준비된 선물과 작은 음악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엔 안 해야지…"

다들 그렇게 말했는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우리, 내년에도 같이 해요."

그 한마디가 다시 시작할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만약 오늘 참석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년 신청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하지 않는 것'보다 '무조건 가보는 것'이 더 옳다.

잠깐의 갈등을 넘으면, 예상치 못한 기쁨이 우리를 기다린다.


책과 사람을 잇는 다리

시민 북 큐레이션은 단순히 책을 꾸미는 일이 아니다.

도서관에 작은 이야기를 불어넣는 일이고,


누군가의 하루에 '읽을 이유'를 선물하는 일이며,


한 권의 책이 세상과 더 가까워지게 돕는 일이다.


내가 고른 한 권이 누군가의 손에 닿았을 때, 그 순간의 보람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시작하려 한다.

책을 사랑하고, 사람과 책이 연결되는 기쁨을 알고 싶은 누구라도—이 봉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화성시 도서관 시민 북 큐레이터는 언제나 새로운 손길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특별한 한 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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