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
온다고 했다.
시간표에 적혀 있으니까.
앱에 표시되니까.
그러니까 온다.
나는 그것을 믿고
여기 서 있다.
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전화.
문자.
그 사람.
하지만 버스는 온다.
늦어도.
만석이어도.
그냥 지나쳐도.
다음 버스가 온다.
정류장이 좋은 건
기다리는 게 이상하지 않아서다.
여기선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만 기다리는 게 아니니까.
저 멀리
버스가 보이는 순간이 있다.
아직 멀었는데
괜히 발이 앞으로 나간다.
사람이 그렇다.
올 것 같으면
몸이 먼저 안다.
만석이다.
그냥 지나간다.
나는 손을 내렸다.
괜찮다.
다음 버스 온다.
나는 이 말을
버스 때문에 배운 게 아니다.
살면서 배웠다.
그런데 버스 앞에서
제일 잘 떠오른다.
기다린다는 건
포기하지 않은 거다.
아직 여기 서 있다는 거다.
떠나지 않았다는 거다.
버스가 온다.
문이 열린다.
나는 탄다.
기다렸다.
그게 전부였는데
그게 다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