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신경이 없으면 장애인이라도 되는 건가.
3개월 전,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탁구장에 들어선 첫날, 공을 튀기는 것도 버거웠다.
한 번, 공이 라켓에 닿고 한 치 올라갔다가 떨어진다.
그게 내 하루 최고의 성과였다.
옆에서 첫날인데도 공을 몇 번이나 튕기는 사람들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나는 운동신경 제로다.
남들이 당연하게 하는 것을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하지만 나는 빠지지 않았다. 한 번도.
못하니까 더 자주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못하니까 더 오래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 머리는 타고나지 못했지만, 끈기라도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석 3번이면 out이라는 무서운 규칙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누군가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2달을 헛수 윙했다.
공과 라켓이 만나지 않는 시간들이 2 달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공을 맞히는 것부터 배우고 있었다. 비참했다.
한심했다. 그러면서도 묵묵했다.
그리고 어느 날.
공이 맞기 시작했다.
백핸드를 배우던 첫날, 라켓을 쥔 손이 떨렸다.
아, 이제 정말 공을 받아낼 수 있겠구나.
그때 받아친 공이 네트를 넘어갔을 때, 나는 거의 울 뻔했다.
세상에 공 하나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남들은 당연하게 넘어가는 그 과정이, 나에게는 3개월의 노력이 담긴 한 점의 빛이었다.
"공 한 번만 맞아도 잘한다"라고 격려해 준 동료들.
"못해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자신감을 심어준 관장님.
그 말들이 없었다면 나는 어쩌면 두 달 만에 나가버렸을지도 모른다.
관장님은 이번에 상을 2개나 받으셨다고 했다.
자원봉사로 지역주민들에게 재능을 나눠주신 것이 인정받으신 거라고.
마지막날 나는 손수건을 선물해 드렸다.
작은 감사의 표현이었지만, 관장님은 그것을 받으시더니 더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마지막 수업이라며 아쉬워하셨다.
관장님이 물으셨다.
"집에 공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집에 하나 있어요."
"그럼 집에서 혼자 공 튀기기 연습해. 매일. 그게 가장 중요해."
그러며 공 하나를 주머니에 넣으라고 했다
그 말씀이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레슨 받는 동안 나는 집안에서 탁구채를 꺼낸 적이 없었다.
사실은 두려웠다. 혼자 하다가 더 망칠까 봐. 혼자 하는 것도 따분할까 봐.
하지만 관장님의 말씀은 다른 뜻이었다.
그건 "포기하지 마"라는 뜻이었다.
탁구장 안에서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공과 친해지라는 말씀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 줄 알면서도 나는 탁구장을 떠난 후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랍장에서 탁구채를 꺼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쓰던 그 꼬물 만 원대 탁구채.
레슨 받을 때 빌렸던 좋은 채가 아니라, 고스란히 나의 것.
침대 위에서 혼자 공을 튀렸다.
한 번, 떨어진다. 두 번, 떨어진다. 세 번, 떨어진다.
처음처럼.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왜일까.
아, 이제 나는 안다.
이 공 튀기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탁구장에서는 관장님이, 동료들이 함께였다.
하지만 이제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이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가.
아니 어쩌면, 내가 계속하고 싶은가.
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 번, 또 한 번.
아, 이게 뭐 하는 짓인가.
3개월 전처럼 나는 또 묻고 있다.
그런데 이제 답이 다르다.
이건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짓이다.
혼자서 공을 튀기는 오늘의 나를 보며 생각한다.
결석 3번이면 out이라는 규칙도 있고, 5월에 자리가 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시는 탁구장에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다.
관장님이 손수건을 받으시고 더 열심히 가르쳐주셨던 그날처럼, 그날의 그 마음을 들고.
손수건에 담긴 것은 고마움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나는 계속하겠다는 약속.
너는 포기하지 말아라, 계속해라, 언젠가는 좋아질 거야
그런 관장님의 목소리가 담긴 공이었다.
침대에서 공을 튀긴다.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네트 너머의 세계는 아직도 멀고, 서브도 여전히 못하고, 운동신경도 없지만
탁구장을 떠나고 혼자 남겨진 이 순간, 나는 생각한다.
아, 내 곁에는 공이 있다.
손수건의 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하겠다는 이 마음이 있다.
설령 더 이상 탁구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해도, 나의 침대는 이제 내 탁구장이다.
공 튀기는 소리. 그것이 내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