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짜 모습은
모네의 우산을 쓴 여인은 하얀 드레스에 레이스 양산을 들고 초록 풀밭에서 여유롭게 산책한다.
맑은 하늘 아래, 그녀의 치마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한 편의 시처럼 우아하다.
오늘 아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알바에서 묻힌 과일 얼룩이 검은 원피스에 얼룩져 있었고,
미학 3시간 수업 중 고작 20분 듣기 위해 40분을 달려왔다.
수업 동기가 왜 안 오냐는 카톡에 "간식 있어? 지금 가나?" 간식 챙겨 놨다는 고마움에 달려가본다
명화 속 여인들은 항상 완벽하다.
비너스는 조개껍데기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조차 아름답고, 부유한 귀족 부인들은 벨벳 드레스를 입고 진주목걸이를 걸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밀레의 '감자 먹는 사람들' 속 여인에 더 가깝다. 거친 손, 땀에 젖은 이마,
현실의 무게를 견디는 어깨.
자전거에서 땀을 닦다가 엄마가 준 자수 손수건을 어디선가 잃어버린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작은 상실감이 명화 속 화려함과 내 일상의 거리를 더욱 실감하게 했다.
도서관까지 달리면서 생각했다. 명화는 아름답지만, 내 삶도 나름의 색깔이 있다는 것을.
자전거 바구니에 젖은 우산을 넣고, 과일 얼룩을 가리며, 수업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도 누군가에겐 하나의 그림일 수 있지 않을까.
모네의 여인처럼 우아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고 페달을 밟는 내 모습이 더 진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