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중요한 이유
여러 유치원을 방문해 봤지만, 이곳만큼은 확신했다. 내 손자가 있다면 꼭 보내고 싶은 곳이라고.
아침 일찍 정문 앞에서 아이들 등원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부모님과 헤어질 때 아이들 표정이 밝았다.
울거나 매달리지 않고 선생님께 달려 뛰어들어간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들의 표정이 다 말해주고 있었다.
유치원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성품이란 뜻을 가진 이름.
"이름 따라간다"는 옛말이 있듯, 정말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마치 내 친구 이름에 "열"자가 들어가는데 진짜 열심히 사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의 요리는 망고 파인애플 청 만들기.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법도 쉬워서 '오늘은 꿀이겠다' 싶었는데, 원장님의 재료 준비 과정을 보니 세상에 쉬운 일은 정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냉동 망고는 썰기에 딱 좋은 상태여야 한다. 너무 얼어있으면 칼이 안 들어가고, 너무 녹으면 흐물흐물해져서 모양이 안 예쁘다. 그 타이밍을 맞춰 수십 명 분량을 준비하는 것부터가 일이다.
설탕도 그람 수 재서 개별 포장하고, 유치원 수준에 맞는 요리법 연구에, 3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내고 하원할 때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보내야 한다.
선생님들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출석 확인, 인증샷 찍기에 바쁘시다. 병뚜껑에 이름 스티커 붙여주고,
일일이 뚜껑 닫아주고, 흘리는 거 닦아주고, 도움 필요한 아이들 케어해 주고, 활동 사진까지 찍어주신다.
나의 주된 역할은 재료 세팅이다.
쉬는 시간 몇 분 안에 다음 아이들 재료를 빠르게 세팅하는 일. 빨리빨리 성격인 내게 딱 맞다.
짧은 시간 안에 테이블 세팅하다 보면 정신이 없지만, 귀엽고 작은 유치원 아이들을 보면 괜히 예쁘고 사랑스럽다. 작은 손으로 열심히 재료를 섞는 모습, "선생님 이거 맞아요?" 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모습들이 그저 사랑스럽다.
예전부터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일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직접 해보니 그 무거운 재료를
트렁크 가득 싣고 일일이 아이들 편하게 재료 준비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보이는 시간은 30분이라면 준비 시간이 3시간 될 때도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배우니,
그냥 이대로 나의 가끔 있는 알바가 행복하다.
정직원이 아닌 알바를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나 자신이 신기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이해하게 되는 경험, 작은 성취감과 함께 집에 돌아가는 뿌듯함.
어쩌면 완전히 몰입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하게 그 순간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건 아닐까.
가끔이라서 더 소중한 시간들이다.
"**"이라는 이름의 유치원에서 정말 인성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선생님들에게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원장님께서 챙겨주신 망고 파인애플 청을 마시니 이게 천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