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건 칼일까, 마음일까

칼갈이

**제목: 무뎌진 건 칼일까, 마음일까**

언젠가부터 ‘무료 칼갈이 행사’라는 말이 낯설고 조심스러워졌다.

아파트 단지 안, 푸드트럭이 함께 온다는 소식에 엄마들은 단체 채팅방에 하나둘 반가운 소식을 올렸다.

“점심 귀찮으신 분들 한 끼 해결하세요\~ 순대곱창볶음, 소떡소떡, 스테이크까지 있어요!”

웃음이 섞인 이모티콘과 함께 올라온 톡엔 훈훈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누군가 조심스레 한 마디를 덧붙인다.

“… 칼갈이 행사도 하네요. 저는 좀 무서워서 못 나가겠어요.”

그 말은 물결처럼 번져나갔다.

“요즘 뉴스 보면… 칼부림 많잖아요.”

“이해해요, 저도 솔직히 무섭긴 해요…”

“다이소에도 칼 가는 기구 있어요.”

“예전 같으면 반가웠을 행사인데, 세상이 너무 흉흉해요…”


언젠가까지는 당연하게 반기던 소식이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가서 본, 단단한 손의 칼갈이 아저씨.

불꽃이 튀고 쇳소리가 났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던 기억.

그 칼로 썬 사과는 더 맛있었고, 엄마는 그날따라 요리를 더 오래 했다.

그때는 그게 ‘일상의 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소식에 “조금 무섭다”라고 말하게 된다.

칼을 가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겐 ‘위협’처럼 느껴지는 세상.

그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마음이 무뎌졌을까, 아니면 너무 날이 서버렸을까.


먹거리는 여전히 맛있었고, 행사의 취지는 여전히 좋았다.

누군가는 “담엔 꼭 참여할 거예요”라며 아쉬움을 남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안전하게 포장해 주시더라”라고 안심을 나눴다.


예민한 반응 속에서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건 좋은 의도였고,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더 이해하려는 과정이었음을.


세상이 무서워졌다는 말.

그 말 뒤에는 여전히 정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의 칼은 무뎌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걸

이 채팅방 속 조용한 대화들이 말해준다.


**- 각박한 세상, 따뜻한 마음을 다시 갈아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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