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인생의 신비

학부모 스터디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인생의 신비

숲소리, 그 오랜 여정의 시작

큰딸이 중학생이던 그때부터 시작된 학부모 스터디 '숲소리'. 이제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으니, 우리의 여정도 어느덧 몇년의 세월을 품고 있다. 올해는 지원 자격이 까다로워져 자녀가 초중고생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겼고, 오랜 시간 함께해온 지인들 중 절반 정도가 자녀의 성장과 각자의 바쁜 일상으로 인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 자리를 새로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채워주었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센트럴파크에서 펼쳐진 작은 우주

첫 모임은 센트럴파크에서 시작되었다. 금계국부터 백당나무까지, 서른여 가지의 식물들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이름들을 만났지만, 정작 내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꽃이 지고 나면 잎만 보고는 그 이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 이 이름은 들어봤지" 하는 정도의 친숙함이라도 생겨났으니까. 마치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처럼, 처음엔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처럼.

자연이 들려주는 깊은 이야기

열매라고 생각했던 것이 벌레집이었던 순간의 놀라움. 자연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양귀비의 초록 볼록이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그 안에 꾸깃꾸깃 접혀있던 꽃잎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소중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보물상자 같았다.

인생도 양귀비 꽃봉오리처럼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도 그 양귀비 꽃봉오리와 닮아있지 않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초록빛 볼록이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아름다운 가능성들이 꾸깃꾸깃 접혀져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우리 자신도, 때로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스터디 모임을 떠나간 동료들을 보며 아쉬웠지만, 새로 들어온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보며 또 다른 시작의 설렘을 느꼈다. 마치 계절이 바뀌면서 어떤 꽃은 지고 어떤 꽃은 새로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모임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었다.

배움의 속도가 주는 깨달음

몇 년을 배워도 여전히 헷갈리는 나무와 꽃들. 이것이 처음엔 답답했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정확히 구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조금씩이라도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아닐까.

인생의 많은 관계들도 그렇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는 친숙함이 생기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진짜 소중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자연이 가르쳐주는 인내와 신뢰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양귀비 꽃봉오리도 제 때가 되어야 활짝 피어나고, 나무들도 각자의 속도로 잎을 틀어올린다. 우리 학부모 스터디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모든 것을 배우려 하지 않고, 매 순간의 만남과 발견을 소중히 여기며 천천히 성장해왔다.

계속되는 여정

'숲소리'라는 이름처럼, 우리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 때로는 바람소리로, 때로는 새소리로, 때로는 우리 자신의 감탄사로 울려 퍼지는 그 소리들.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새로운 학부모들이 들어오고, 계절이 바뀌어도 이 소중한 배움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식물의 이름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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