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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의 늪에서 살아남기

만원이 6천 원이 되는 마법

지인이 브런치에 보내준 만원의 응원금.

처음 받는 돈이라 황금처럼 소중했는데, 막상 입금된 건 6,110원.

순간 '어? 내가 수학을 잘못했나?' 싶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거의 40%가 수수료로 날아간 것이다.


배달 수수료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 돈으로 체감하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수수료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을 내며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 일상 속 수수료 파라다이스

아침부터 밤까지, 수수료와 함께

아침 7시 - 카페에서 카드로 아메리카노 구매. 가맹점 수수료가 카페 사장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침 8시 - 지하철역 ATM에서 현금 인출. 타행 수수료 1,000원에 마음도 함께 인출된다.

점심 12시 - 배달앱으로 점심 주문. 배달비 + 서비스료 + 포장비까지. 8,000원 짜장면이 12,000원이 되는 마술을 목격한다.

오후 3시 -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 주문. 배송비 2,500원은 기본이고, 도서산간 지역은 추가요금이다.

저녁 7시 - 영화관에서 예매 취소. 취소수수료 1,000원. 마음도 함께 취소하고 싶다.

밤 10시 - 해외직구 결제. 해외사용수수료 + 환율우대수수료까지. 달러와 함께 내 마음도 환전된다.

특별한 날의 특별한 수수료들

결혼식 축의금: 무통장입금 수수료 500원. 축하하는 마음에도 세금이 붙는다.


콘서트 티켓팅: 예매수수료, 배송비, 현장수령비까지. 덕질에도 부가세가 있다.


해외여행: 공항세, 유류할증료, 카드 해외사용수수료. 여행 전부터 지갑이 가벼워진다.


수수료,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수수료는 참 신기한 존재다. 어떤 때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어떤 때는 억울하게 느껴진다.

당연하게 여겨질 때:

택배 배송비: "멀리서 가져다주는데 당연하지"


은행 송금수수료: "시스템 운영비라고 생각해"


억울하게 느껴질 때:

계좌이체 수수료: "내 돈 옮기는데 왜 돈을 내?"


티켓 예매수수료: "온라인으로 알아서 하는데 왜 수수료?"


수수료 없는 세상을 꿈꾸며

가끔 상상해 본다. 수수료 없는 세상을.

송금할 때마다 전액이 그대로 전달되고, 온라인 쇼핑할 때 표시된 가격이 최종 가격이고, 해외여행 갈 때 비행기표 가격이 진짜 비행기표 가격인 세상을.

하지만 현실은 수수료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수수료와 현명하게 동거하는 법

수수료 투명하게 공개하는 서비스 선택하기 숨겨진 수수료보다는 명시된 수수료가 낫다


수수료 면제 조건 활용하기 무료배송 최소금액 맞추기 우대고객 혜택 챙기기


직접 결제 방법 찾기 플랫폼 수수료 대신 직접 후원 카톡 송금 같은 무료 서비스 활용


수수료도 가치의 일부로 인정하기 편의성의 대가라고 생각하기 완벽한 무료는 없다는 현실 수용


마무리: 수수료야, 고마워(?)

결국 수수료는 우리 사회의 윤활유 같은 존재다. 미워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는.

다음에 누군가에게 응원금을 보낼 때는 "수수료 감안해서 조금 더 보낼게!"라고 말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받을 때도 "수수료 떼고 이 정도면 충분히 고마워!"라고 생각하기로.

어쩌면 수수료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비용, 즉 '문명세'인지도 모르겠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사는 우리가 내는 세금 말이다.

오늘도 수수료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수수료를 만날지 궁금해진다.

수수료야, 너무 비싸지만 말고, 적당히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