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혼의 어둠을 밝히는 불:

문학의 길

김주혜 작가님 강연을 듣고


강연장에서 만난 작가님

오늘 김주혜 소설가님의 강연 "영혼의 어둠을 밝히는 불: 문학의 길"을 듣고 왔다.

강연 제목부터가 뭔가... 내 영혼의 어둠을 콕 집어낸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통장 잔고의 어둠을 말이다.

작가님은 생각보다 훨씬 젊어 보이셨다. 1987년생이라니!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을 뿐인데 벌써 톨스토이 문학상까지 받으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고시원 알바를 하면서 "언젠가는 나도..."라고 중얼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톨스토이 문학상이라고?!

강연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톨스토이 문학상 이야기였다.

러시아의 그 유명한 야스나야 폴랴나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으셨다고 하니까...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나도 톨스토이 읽어야겠다. 《전쟁과 평화》... 아니지, 너무 두꺼워. 《안나 카레니나》는? 그것도... 음, 일단 위키백과부터 보자."

솔직히 말하면 나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독서 클럽에서 앞부분만 읽고 포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책 읽기 귀챦아서 영화로 대신하거나!

그런데 김주혜 작가님은 그 깊이 있는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인정받으신 거 아닌가!

작가님이 《작은 땅의 야수들》로 이 상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제목부터가 뭔가 깊이가 있어 보였다.

나는 지금까지 일기처럼 강연 듣고 와서 몇 자 끄적거리는 것들 뿐인데... 반성하게 되었다.


한국범보전기금? 그게 뭐지?

강연 후반부에 작가님이 자신의 홍보대사 활동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한국범보전기금"이라는 단체를 언급하셨다.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한국에 범이 있나? 아니, 범이 있었나?"

집에 와서 부랴부랴 검색해 보니 정말 있었다.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보전하는 단체라니! 이런 걸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나는 그동안 한국의 대표 동물이 곰이나 토끼인 줄 알았는데, 우리에게도 이렇게 멋진 맹수들이 있었다니.

그런데 문제는... 이 호랑이와 표범들이 이미 한국에서는 거의 멸종 상태라는 것이었다. 마치 내 문학적 재능처럼 말이다. (이건 너무 슬픈 비유였나?)


작가님의 다층적 정체성

김주혜 작가님은 정말 신기한 분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이주해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시면서, 영어로 소설을 쓰시지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시는 작가. 거기다가 환경운동가이면서 동물보호 활동까지 하신다.

나는 그냥... 한국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토종인데도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쓰는 글은 과연 의미가 있나?" 같은 고민만 하고 있는데, 작가님은 이미 그 모든 것들을 통합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으신 것 같았다.


《피스풀 덤플링》의 편집장님

작가님이 《피스풀 덤플링》이라는 온라인 잡지의 편집장도 하신다고 들었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잡지라니! 제목부터가 평화로운 만두 같아서 귀여웠다.

나는 아직도 내 구독자 15분인데, 작가님은 벌써 잡지 편집장이시라니.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난다.


나의 결심

강연을 듣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

일단 톨스토이부터 제대로 읽어보자.

천천히

그리고... 환경 문제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일단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부터 시작해야지.

작은 실천부터 차근차근.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가님이 하신 이 말씀이었다. "문학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일이에요. 그 빛이 아무리 작아도 누군가에게는 등대가 될 수 있어요."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작은 등대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비록 지금은 고시원알바를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글을 끄적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김주혜 작가님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는 그날까지, 오늘도 열심히 써보자.


그리고... 책 추첨의 참혹한 현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사회자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김주혜 작가님께서 직접 사인해 주신 《작은 땅의 야수들》을 7분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강연장에 온 사람이 대략 50명 정도... 7분을 뽑는다면 확률이 7/50, 즉 14%! 나쁘지 않은 확률이었다.

'제발... 제발...'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내가 지금까지 산 책들을 생각해 보니 대부분이 중고서점에서 산 것들이었다. 작가 사인본이라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사회자가 상자에서 번호를 뽑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당첨자! 27번!"

아... 내 번호는 43번이었다. 하지만 아직 6번이 더 남았다!

"두 번째! 15번!" "세 번째! 8번!" "네 번째! 39번!"

오, 점점 내 번호에 가까워지고 있다. 혹시...?

"다섯 번째! 12번!" "여섯 번째! 51번!"

마지막 한 번이 남았다. 나는 손바닥에 땀이 나는 걸 느꼈다. 주변 사람들도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지막 일곱 번째 당첨자는... 두구두구두구... 22번입니다!"

그 순간, 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43번... 43번은 어디에도 없었다.

"꽝이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내 말을 들었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나도 꽝이네. 그래도 좋은 강연 들었잖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 사인본이 얼마나 갖고 싶었는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