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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을 담은 아트페이퍼

동탄 미술로 힐링 체험기

그림 못 그리는 내가 미술 수업에?

"야, 너도 한 번 와봐. 진짜 재밌어!"

친구가 화성시 평생학습 미술심리상담 동아리 '동탄 미술로 힐링' 프로그램을 추천했을 때, 솔직히 망설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싫었거든. 선생님이 "자유롭게 그려보세요"라고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남들 그림과 비교하며 "나는 정말 못 그리는구나" 하고 좌절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친구 말로는 "그림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하더라. 에릭 칼처럼 자유롭게 종이 위에 물감을 칠하고, 붓, 스펀지, 칫솔, 면봉, 나이프 등 다양한 재료로 마음껏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현대미술이라면 내가 더 잘할 것 같은데?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미술은... 내가 더 잘할 것 같은데?"

미술관에서 본 현대미술 작품들을 떠올려봤다. 캔버스에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은 작품, 신문지를 붙여놓은 콜라주, 일상용품을 그대로 갖다 붙인 설치미술...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그래, 사실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때는 정말 그럴듯하게 느껴졌거든!


첫 수업 - 병뚜껑 도장과의 운명적 만남

드디어 수업날. 선생님은 정말로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붓이 아니라... 병뚜껑이었다!

"병뚜껑에 물감을 찍어서 팍팍 도장 찍듯이 찍어보세요!"

어? 이거 진짜 쉬운데? 빨간 물감을 병뚜껑에 묻혀 종이에 팍! 파란 물감으로 또 팍! 뭔가 원시 예술가가 된 기분이었다. 동굴 벽화 그리는 원시인처럼 말이지.


머리빗 긁기의 마법

"이번엔 물감을 짜서 머리빗으로 긁어보세요."

물감을 듬뿍 짜내고 머리빗으로 쓱쓱 긁으니 신기한 무늬가 나타났다. 마치 파도 같기도 하고, 나무의 나이테 같기도 하고... 이게 바로 내가 상상했던 현대미술이구나!

옆에서 다른 수강생 분이 "와, 이거 완전 작품인데요?"라고 말씀해 주시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콜라주와 피카소의 만남

선생님이 콜라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콜라주는 '풀로 붙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콜레(coller)'에서 유래한 미술기법이에요.

종이, 사진, 비닐, 패브릭 등 여러 재료를 오리고 붙여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거죠.

최초의 콜라주는 피카소의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이에요."

피카소도 이런 식으로 시작했다고? 갑자기 피카소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잡지를 오리고, 색종이를 찢고, 내 맘대로 막 붙이기 시작했다. 규칙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이거 예쁘네" 싶으면 붙이고, "이 색깔 좋네" 싶으면 또 붙이고.


행복했던 순간의 컬러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에 드는 컬러를 골라보세요."

갑자기 여러 기억들이 떠올랐다. 여름휴가 때 바다에서 본 파란색, 엄마가 해주신 계란프라이의 노란색, 친구들과 함께 웃었던 카페의 따뜻한 주황색...

그동안 "색칠 잘못했네", "색감이 이상해" 같은 평가에 얽매여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색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자유로움이구나.


스트레스 제로, 재미 만점!

수업이 끝날 무렵, 내 작품(!)을 바라보니 뿌듯했다. 잘 그렸냐고? 글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는 것!

병뚜껑 도장 찍기, 머리빗 긁기, 막 붙이기... 이 모든 게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물감과 함께 종이 위로 스며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림 못 그려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미술을 싫어했던 이유는 미술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동탄 미술로 힐링 프로그램은 정말로 그 부담감을 말끔히 없애주었다. 에릭 칼처럼 자유롭게, 내 맘대로, 스트레스 없이.

그리고 한 가지 더. 현대미술이 내가 더 잘할 거라는 착각은... 착각이었지만, 그 착각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으니까 나쁘지 않았다!

미술심리상담의 진짜 마법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였다. 그림 못 그리는 당신도, 충분히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단지 붓 대신 병뚜껑을, 지우개 대신 머리빗을 들면 된다.



주의에 책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지며 그림까지 배우며 열심히 그리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괜찮다 괜찮아


페이스페인팅 봉사 한다고 열심히 노력했던

펜 드로잉 배운다고 바쁘다던

책을 공저로 냈다던 친구가

어느날 강사로 쨘 나타난 멋진친구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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