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고혈압팀에 들어가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이 이자 붙듯 따라다닌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다.
비만팀에서 시작해서 고지혈증팀, 이제는 고혈압팀까지.
보건소가 생긴 이후로 계속 다닌 덕분에 이제는 나름 터줏대감이 되었다.
"아, 또 오셨네요!" 하며 내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샘들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반가우면서도 약간 민망한 그 느낌. 아, 내가 이렇게 자주 온다고...?
오늘도 런닝머신에 올라섰다. 30분이 왜 이렇게 긴지, 앞에 텔레비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시간 때우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천장 보고, 다른 사람들 구경하고, 시계 보고... 아직 10분밖에 안 지났다니!
근력운동은 대충 몇 개만 하고 슬슬 나가려는데, "다음엔 끝까지 하세요!" 샘의 날카로운 한 마디.
어? 보고 계셨나? 듣기 싫은 말이지만 왠지 고마웠다. 누군가 내 건강을 신경 써준다는 게.
공공기관이다 보니 직원들이 자주 바뀐다. 정말 성의 없이 대하는 분도 있고, 운동하다가 자세가 틀리면 와서 친절하게 교정해주시는 분도 있다. 복불복이다.
어떤 샘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 '건강 성적'이 달라진다.
마치 학창시절 담임선생님 뽑기 같다.
오늘 만난 샘은 다행히 관심형이셨다.
덕분에 설렁설렁 하려던 운동도 좀 더 제대로 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정말 다르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이런 시설이 무료로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헬스장 등록하면 월 7-8만원은 기본인데, 여기는 공짜다. 물론 최신 기구는 아니고, 에어컨도 좀 약하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그래도 충분하다.
만성질환이 이자 붙듯 따라다니지만, 적어도 관리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으니 다행이다.
오늘도 샘께 "다음에 또 뵐게요!"라고 인사하며 나왔다. 아마 곧 또 올 거다.
만성질환처럼 만성적으로 말이다.
보건소 단골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런 거다.
그러나 운동은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