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된장녀

된장 만들기 체험

유치원 현장 스케치
오늘은 전통 된장 만들기 체험 수업이 있는 날.

평소보다 일찍 도착해 준비를 하려 했지만, 원장님이 사무실에 놓고 온 오이와 당근을 가지러 다시 나가시는 바람에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의 시간은 사라졌다.

"선생님, 여기 냄새 이상해요!"

교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막고 들어오는 7세 아이들. 메주 냄새가 강하긴 했나 보다. 나 역시 된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순간 '오늘은 좀 쉬웠으면' 하는 마음이 스쳤다. 아직 나도 아이 같은 마음이 남아있나 보다.

유치원용 작은 책상 앞에 쪼그려 앉아 메주를 지푸라기로 묶는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가 뻐근해졌다. 손은 자꾸 엉키고, 아이들은 "선생님 빨리요!" 재촉한다.

"딱딱한 메주를 지푸라기에 묶으면 누룩곰팡이가 찾아와요. 그래서 메주를 씻어서 항아리에 넣고 숙성시키는 거예요."

"고추는 매운 냄새 때문에 벌레가 못 와요. 숯은 정수기 역할을 하고, 소금을 부어서 숙성시키면 말랑해지는 게 된장이에요. 소금물이 까맣게 되면 그게 간장이고요."

간단한 재료, 간단한 설명. 아이들 눈에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번뜩인다.

드디어 오이와 당근에 된장을 찍어 먹는 시간.
"으악!" 하며 고개를 젓던 아이가 한 입 배어 물더니 "더 주세요!" 한다.
"선생님, 이거 맛있어요!"
"집에서도 만들 거예요!"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이 순간만큼은 허리 아픔도, 메주 냄새도, 피곤함도 잠시 잊는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하다.

유치원 책상에 다시 한번 허리를 구부리며 마무리 정리를 한다.

집에 갈때 원장님께서 아이들에게 나눠주시는 된장을 나도 받아 왔다

이맛에 이 알바는 그만 못둔다니깐!


급히 다음주 알바 스케줄을 적고 된장을 들고 병점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77세 요술공주와 포토샵 2급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