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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요술공주와 포토샵 2급의 진실

홍삼 캔디 두 개의 마법



"선생님, 이거 드세요."

매주 월요일 책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기 전, 닉네임 '요술공주'께서 내 손에 조용히 올려주시는 홍삼 캔디 두 개. 48년생, 올해 77세이신 이분은 남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늘 맨 뒷자리, 내 옆에 앉으신다.

"커피라테도 시원하게 해 왔어요.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차갑게 유지했거든요."

냉장고에 넣었다가 정성스럽게 싸 오신 커피 한 잔. 정말 요술공주 같으시다.

컨트롤+C, 컨트롤+V를 메모하는 사람

"USB 연결은 어떻게 하죠?"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가 뭐라고 했더라?"

집에서 정성껏 써오신 원고가 담긴 USB를 노트북에 연결해 드리면, 작은 수첩에 또박또박 메모를 하신다. 수업 때마다 반복되는 이 과정이지만,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매번 새롭게 배우려 하신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이런 걸까.

고집 있는 할아버지의 묵묵함

요술공주님 바로 앞자리에는 연배가 비슷한 할아버지가 계신다. 오래된 노트북 때문에 마우스 움직임도 느리고 성능도 좋지 않지만, 고집 있게 자신만의 속도로 따라오신다.

"캔바 수업은 너무 어려워요. 그냥 아는 것만 하고 듣고만 있겠습니다."

솔직하게 한계를 인정하시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이 오히려 더 멋있다.

젊음의 특권, 그리고 포토샵 2급의 아이러니

한편 젊은 수강생들은 캔바로 뚝딱뚝딱 예쁜 표지를 만들어낸다. 직관적이고 빠르다. 부럽다.

나는? 지난해 오산대학교 야간반에서 포토샵 2급 자격증까지 땄는데도 디자인 앞에서는 여전히 초보자다.

운전면허증을 딴 지 오래되어도 운전이 미숙할 수 있듯이, 포토샵 2급을 따도 디자인 감각은 별개의 문제였다. 만지면 만질수록 더 어색해지는 내 작품들. 결국 선생님 샘플에서 글자만 바꾸는 게 가장 나아 보였다.

글자 포인트 하나의 무게

12포인트와 14포인트 사이, 2포인트 차이가 디자인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걸 이제야 다시 느낀다. 기술을 아는 것과 감각을 갖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구나.

진짜 요술은 따로 있었다

요술공주님의 진짜 마법은 홍삼 캔디도, 시원한 커피라테도 아니었다. 77세의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함이었다.

매주 월요일, 책 만들기 교실에서 나는 수강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지만, 정작 내가 배우는 것은 그들로부터다.

자격증이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나이는 배움의 장벽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진정한 요술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오늘도 가방 속 홍삼 캔디 두 개가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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