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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의 그 험난한 여정기

교복 어찌 하시나요?


1년 전 올린 교복 자켓 하나가 불러온 소동을 누가 예상했을까.

"띵동!" 당근 알림이 울렸다. 조끼 이름표를 뗄 수 있냐는 정중한 문의였다. "네, 뗄 수 있어요"라고 답했지만, 구매자는 자국이 남을까 봐 자켓만 사고 싶다고 했다. 전학생인지 물어보니 대답도 없네 .

학생에게 좋은 가격에 주자는 마음으로 만원에 드리겠다고 했다.

약속 시간을 잡고 나서야 문제가 시작됐다.

창고를 뒤져도, 옷장을 뒤져도 그 자켓이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순간 떠오른 기억 - 올해 초 친구 딸에게 새 교복 남방을 주면서 "자켓도 가져가"라고 덤으로 준 그 자켓!

중1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작다고 했던 바로 그 자켓 말이다.

급하게 친구에게 연락을 돌렸다. "미안한데, 그 작은 자켓 좀 돌려줄래? 대신 큰 사이즈로 바꿔줄게."

다행히 자녀 3명이 모두 같은 중학교를 나온 덕분에 자켓이 3개나 있었다. 원래는 기념품으로 다 남겨두려고 했는데, 당근에 올린 김에 하나만 소장하기로 마음먹었던 터였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덕분에 자켓을 무사히 회수했다. 이제 약속한 구매자에게 전달만 하면 끝!

...이라고 생각했는데.

당근을 다시 확인하니 "사정상 구매 취소요"라는 메시지가 떡하니 와있었다.

그 순간 밀려오는 짜증이란... 마치 드라마에서 반전의 반전을 당한 기분이었다.

친구에게 다시 연락해서 "미안해" 하며 자켓을 돌려줬다. 문고리에 걸어두며 정말 미안했다.

결국 친구네 집에는 교복 자켓이 3개나 모이게 됐고, 나는 허탈감만 남았다.

당근마켓을 하다 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약속을 안 지키는 분들이 정말 많다.

물건은 준비해놨는데 연락도 없이 잠수 타버리거나, 마지막 순간에 취소하거나.

나는 바로 차단하고 교복 관련 물건들은 다 지워버렸다.

이제 그 자켓들은 친구네 집에서 영원히 안식을 찾게 됐다.

작은 자켓은 동생 주려고 간직하고 있었다는 친구


당근마켓, 때로는 당근보다 채찍이 더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래도 또 올리게 되는 건...

역시 정이 많은 우리네 마음 때문일까?


교훈: 당근에 물건 올리기 전에는 그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자!


당근아!

고마워

호기심에 시작한 당근 알바

한번의 삶의 체험현장으로 시작한 알바가

지금까지 쭉 나의 통장을 채워줘서

좋은 분 만나게 되어

알바가 쭉 이어지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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