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에 두번간 이야기
오전 알바 → 병점도서관 미학 수업 → 보건소 운동 → 지속가능발전 협의회 스터디 → 우리마을 해설사 회의 → 홍사용문학관 특강 → 저녁알바
이게 내 오늘 하루 스케줄이었다. 정신없이 하루가 흘렀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그냥 쓸려갔다.
저녁알바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라? 자전거가 없다.
머리를 쥐어짰다. 분명히... 분명히 어디선가 탔던 것 같은데... 아니면 걸어왔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혹시 알바하는 곳에 두고 왔나?"
밤 12시, 다시 나갔다. 없다. 그럼 어디서부터 자전거를 탔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 홍사용문학관!
홍사용문학관으로 향했다. 있었다! 내 바구니 달린 여성용 자전거가.
오늘 수업에서 만난 지인이
"또 왔냐?"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 가깝잖아."
"요즘 문학관으로 출근하는 행복한 여자". 밤 12시에 자전거 찾으러 또 나온 여자."
맞다. 나는 이제 '문학관 출근녀'가 되었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매일같이 이곳을 드나드는 여자.
사실 오늘 문학관 특강, 안 올까 했다. '동시'라고 해서. 유치할 것 같아서.
우리마을 해설사 회의가 일찍 끝나서 바로 오면 7시 도착.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런데 자전거를 건물에 너무 바짝 붙여놔서 집에 올 때 못 본 모양이다. 내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기대도 없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들어간 강의실. 엄마들과 아이들이 가득하다. 역시 동시니까 어린이 관객들이 앞줄을 장악했다.
'재미없으면 그냥 나가야지.'
그런 마음으로 앉았다.
박혜선 작가가 등장했다.
"여기 오면서 뭘 봤어?"
이렇게 질문하더니, 뚝딱뚝딱 시를 만들어낸다. 진짜 마법이었다.
그동안 만났던 작가들은 대부분 지성미를 내세우며 잘난 체하고, 우아하게 앉아서 멋있게 보이려 애썼다.
그런데 이분은 달랐다. 정말 시골동네 막내딸 같았다.
개그우먼처럼 빠르고 재밌게 말하고, 솔직하고 유쾌하다.
"유서를 쓰고 집을 나갔는데, 아무도 안 찾아서 할 수 없이 집에 늦게 들어갔더니..."
"어디서 늦게까지 놀다가 밤늦게 들어오냐고 혼났어요."
아, 진짜 웃겼다.
그 이끌림에 나도 질문을 2개나 했다. 평소 소극적인 내가!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한심하다. 내가 자전거를 어디서부터 탔는지도 기억 못하다니.
하지만 이것으로 또 하나의 쓸 글감은 많아서 좋네. 좋게 생각하자.
밤 12시에 자전거 찾으러 나온 여자, 문학관 출근녀, 살인적 스케줄 속에서도 문학을 놓지 않는 여자.
바구니 달린 여성용 자전거를 누가 훔쳐갈 일은 없다. 걱정은 없었으나, 나의 기억력이 더 걱정스럽다.
그래도 오늘도 살아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 하나 건졌다.
나도 작가 처럼 시로 써봐야 겠다
야간 알바 이야기를 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