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수 있을까?
오늘, 나는 생명을 구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축하합니다, 이제 심폐소생술 강사입니다."
자격증을 받아든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종이 한 장이지만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아, 이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구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구나.
마네킹 '애니'와의 첫 만남
교육 과정에서 만난 심폐소생술 연습용 마네킹의 이름은 '애니(Annie)'였다. 처음엔 그냥 인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주 함께하다 보니 정이 들었다.
"가슴 중앙에 손을 올리고,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
애니는 내가 아무리 서투르게 압박해도 불평 한 번 하지 않았다. 내 실수를 묵묵히 받아주면서 나를 강사로 만들어준 고마운 친구였다.
앞으로 내가 가르칠 사람들도 애니 같은 마네킹과 첫 만남을 가질 텐데, 그들에게도 애니가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길 바란다.
AED, 너라는 존재가 참 신기해
자동심장충격기(AED). 이 작은 기계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른다.
"패드를 부착해주세요" "심장 리듬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비켜주세요"
기계가 모든 걸 알려준다. 당황한 사람도 AED가 차근차근 안내해주면 할 수 있다. 기술의 힘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처음 AED 버튼을 눌렀을 때의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물론 마네킹이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면 누군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을 거다.
내가 가르칠 사람들을 상상해보니
회사원 김대리는 점심시간에 교육받으러 와서 "이런 거 언제 쓸 일이 있겠어요?"라고 하겠지만, 막상 누군가 쓰러지면 가장 먼저 달려갈 타입일 것 같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꼼꼼히 메모하며 들을 거고, 헬스장 트레이너는 "운동 중에도 이런 일이?"라며 진지해질 거다.
퇴직한 어르신은 "우리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라고 하시면서도 손자 손녀 생각에 열심히 따라 하실 거고.
각자 다른 이유로, 다른 마음으로 교육장에 앉겠지만, 모두 같은 마음일 거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하는 마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누군가의 교육생이었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네킹 앞에서 어색해하던 교육생이었다.
"어?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생각보다 힘드네요" "실제로는 더 무서울 것 같아요"
그때의 나를 가르쳐준 강사님이 "괜찮아요, 천천히 하면 돼요"라고 말해주셨을 때의 그 따뜻함을 기억한다.
이제 내가 그 따뜻함을 전해줄 차례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응급상황 대응법을 실제로 가르치는 사람.
누군가의 급박한 순간에 도움이 될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
생각해보니 참 멋진 일이다. 내가 가르친 사람이 언젠가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다는 것. 그 연결고리의 시작점에 내가 서 있다는 것.
물론 아무도 심폐소생술을 쓸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내 교육생들이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기를.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기를.
다음 목표 교육은 생활안전강사
새로운 교육생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