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손끝 하나로 전 세계의 뉴스, 지식,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정보의 바다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편협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 중심에는 ‘알고리즘’이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은 굉장히 편하고 효율적이다.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그가 보고 싶어 할 만한 콘텐츠를 정확히 선별해준다. 덕분에 뉴스도, 유튜브 영상도, SNS 피드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마치 ‘나를 위한 세상’처럼 느낀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면서, 나와 반대되는 생각과 취향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낯선 불편함'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 때문에 어쩌면 우리의 시야는 10년 전, 20년 전의 사람들보다 좁아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즉,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선택적 진실'만을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만,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것만 점점 더 강화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결과, 타인의 시선과 반대되는 의견은 점점 더 멀어지고, 내가 처한 세계만이 진실처럼 굳어진다.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나와 같은 현상을 겪고, 같은 이야기를 들을 사람도 완전히 나와 다른 이해를 하고 바라보게 된다. 정치, 사회, 환경 등 서로 간의 대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불신과 분열은 더 깊어진다. 이것이 단순히 기술이 가져오는 개인적인 문제로만 끝난다면 다행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우리를 어떻게 조작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내가 옳다'는 확신만을 강화하며 살아간다. 다양성을 얘기하거나 비판적 사고를 내놓는 사람들의 자리는 점점 잃을 것이고, 편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알고리즘은 단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목적을 최적화할 뿐이다. 문제는 그 목적이 ‘진실’이 아니라 ‘사용자 반응 극대화’에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더 무서운 것은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조차 현재 믿고 있는 '진실'이 '진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편협의 시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편협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가 알고리즘을 의심해야 한다. 나에게 보여지는 콘텐츠는 ‘의도적으로’ 나에게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와 다른 관점에 스스로 노출되고 이해해보려는 연습이다. 다른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 그 작은 실천이 편협을 깨는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