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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탄생이 작은 행복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by 윤옆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큰 변화는 사소한 일에도 미소를 띠고 웃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10대 때는 난 잘 웃지 않는 아이였고, 20대 때 또한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잘 웃지 않았다. 어찌 보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많았는 데로 불구하고 감정을 숨기는데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30대를 지나면서는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 큰 이벤트가 아니고서야 '응, 원래 그렇지 뭐' 혹은 '별게 다 웃기네' 이러면서 넘겼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이런 거에도 웃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많았다. 아이가 눈 하나 찡긋 하거나, 트림을 하거나, 똥을 싸거나 등등 별 것 아닌 것에도 감동하고 기뻐하고 있다. 항상 나의 육아기에 대해 지인들이 물어볼 때면, '힘들다'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오지만, 웃음과 힘듦의 비율로 따지자면 9:1 정도 되지 않을까?


요즘은 부쩍 아이가 말이 늘기 시작하면서, 엄마 아빠의 말이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배워왔는지 어제부터 '메롱 메롱'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별 뜻 없이 하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게 철없는 부모의 자세렸다. 나는 살짝 삐져, 아이게에 "안 놀아!"를 외쳤다. 이 행동과 말이 재밌었는지, 아이는 나에게 '메롱'을 하라고 주문했다. 금세 놀자는 행동에 나는 화색을 띠며 신나게 손까지 볼에 놓고 돌리며, "메롱, 메롱"을 돌려줬다. 아니나 다를까 "안 놀라!"를 외치는 아이. 순간 너무나 귀엽고, 나의 행동을 바로 따라 하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해서 혼자 배를 잡고 웃었다. 아침에 아내에게 이 일화를 알려줬더니 나에게 "그거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거야?"라며 작은 핀잔을 주더니, 오늘 저녁에는 아이와 "메롱-안 놀아"를 한참 하더라.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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