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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행준비

by 수성




{6개월 전}




“오빠! 이제 해외여행 갈 수있대!”

“그래?”

“오오~~ 그럼 계획을 짜볼까?”


우린 코로나가 한창일 때 결혼을 해서 이렇다 할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드디어 그 신혼여행을 갈 때가 된 것이다. 휴양지를 선호하진 않지만, [신혼여행하면 왠지 휴양지]여야만 할 것 같은 괜한 마음에 불쑥 하와이가 떠올랐고, 나탈리에게 톡을 보냈다.


[나탈리! 하와이 어때?]

[오~~ 괜찮은데?! 내가 한번 찾아볼께!]


휴양지를 마음에 들어하다니!


나탈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멀 찾아본다는지는 모르겠지만, 단번에 의견이 맞아 기분은 좋았다. 나도 하와이에서 가볼만한 곳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탈리에게 톡이 왔다.


[오빠! 하와이 안되겠다!]

[응? 왜??]


하와이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광견병 청정지역) 조건이 매우 까다롭단다. 광견병 3차 주사, 중화항체검사 등 이외에도 별도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아이를 데려가 격리 후 검사를 한다는 둥, 10분도 안되 모든 걸 찾아본 모양이다.


(이런걸 폭풍검색이라고 하는구만..)


[대다나다! 나탈리!!]

[어차피 우리 휴양지 안 좋아하잖아!]

[그래! 다른데 찾아보자! ㅋㅋㅋㅋㅋㅋ]


내가 놀만한 곳과 맛집을 검색하는 사이, 구름이를 챙긴 걸 보면 확실히 모성애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 내가 구름이를 덜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빠는 엄마의 사랑을 따라갈 수가 없다.


여행을 갈 생각에 들뜬 기분과 함께 찾아온 마음의 평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마저 따사롭게 만들었다. 지나가는 차량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사람들, 맑은 하늘, 눈부신 햇빛, 모든게 평화로워 보이던 바로 그때!!

눈에 들어온, 길 건너 맞은편의 캠핑카 매장!!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머지? 왜 이러지?)


매장에 전시된 캠핑카를 보자,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불쑥 솟아 오른 것이다.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

바로 캠핑카 여행이다!!


(이럴수가!! 이건 분명 하늘의 뜻이로구나!!)


캠핑카를 타고 가보고 싶었던 곳까지 고구마 줄기 딸려 올라오듯 기억 저편에서 엮여 올라왔다.


‘북유럽, 뉴질랜드, 미국 서부’

‘쿵쾅쿵쾅쿵쾅!!!!!!’


동심이 깨어나는 것 같은 심장의 방망이질이었다.


(대박!! 캠핑카!! 좋았어!! 캠핑카가 좋겠다!!ㅎㅎ 근데 어디로 가지? 아 몰라몰라~ 어디든 다조아다조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는 미친 x처럼 후다다닥 뛰어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몇 번의 손가락 움직임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는 이 좋은 세상!!


하지만 북유럽의 살인적인 물가는 내 동심을 파괴시켰고, 뉴질랜드는 시기적으로 좋지 않은 이슈가 내 발목을 잡았다. 컴터 앞에 앉아 30분만에 파악된 이 모든 것!!


(폭풍검색이란게 이런거였구만..)


역시나 마음 가는 일엔 불가능이란 없는 것인가?!


나는 북유럽과 뉴질랜드를 빠르게 패쓰하고, 미국 서부를 달리기 시작했다.


“오빠! 우리 캠핑카타고, 캐년 오길 진짜 잘했다!!”


김칫국 한 사발을 더 들이켰다. (벌컥벌컥.....)

이제 나탈리만 설득하면 된다.


따르르르르르릉~~~~~~


“여보세요?”

“사랑하는 와이프~ 오늘 저녁에 외식이나 할까?”

“머 잘못한거 있어?”

“아니.. 그게 아니고, 일주일동안 고생했으니까 시원하게 불금하자고!”


스테이크를 써는 코스로 갔다간 오히려 나탈리의 가드(guard)를 더 올리게 되는 꼴이 될 수있어, 삼겹살에 쏘주로 방향을 잡았다. 항상 그렇듯, 중요한 대화일수록 첫 스타트의 말이 중요하다.


“퇴근했는데 아직까지 일을 해?”

“먼일? 나 일 안했는데?”

“미모가 열일하네ㅎㅎㅎㅎ”

...................”


실패다.


연애시절 우리는 지금과 같은 쌀쌀한 날씨에 카라반 캠핑장을 가본 경험이 있다. 쏘맥을 한잔 말아 나탈리에게 건네며, 날씨를 빌미삼아 마치 그때의 추억이 막 떠오른 것처럼 스윽 말을 꺼냈다.


“오늘같이 쌀쌀했을때 캠핑장에서 불멍했던거 생각난다.”

“아~ 마자 그때 불멍 좋았어.”


입질이 왔다!!


“기억나지? 우리 불멍하고 캠핑카에서 와인 마신ㄷㅏ.. 고.....”

“아~!! 캠핑카 진짜 너무 힘들었어!”


실패다..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든다. 쌀쌀한 날씨에 불멍까진 좋았으나, 캠핑카의 좁아터진 화장실과 히터의 건조함은 나탈리에게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 힘껏 당겼다. 분위기를 조금 바꿔야겠다.


“불금인데, 우리 2차 가야지?!”


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나라의 맥주보다 다른 나라의 맥주 종류가 많은 곳이었고, 나는 상당히 미국스럽게 새뮤얼아담스를 한 병 시켰다. 마음 같아선 반건조오징어라도 시키고 싶었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생명이다.


“오빠, 여기 되게 미국 펍 같이 해놨다!?”


(나이스~~~~~!!!!!!!)


입질이 다시 왔다!! 줄이 끊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당겨야한다.


“오~~~ 그러네”


나는 미국 얘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리드해나갔다. 나탈리가 도시여자인걸 감안해 샌프란시스코로 이야기를 출발시켰고, 자연스럽게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안착시켰다. 요세미티는 캐년으로 넘어가기 위한 디딤돌이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탈리, 그랜드캐년 가봤나?”

“나? 안가봤지. 오빠는 가보지 않았어?”

“난 가봤지! 거긴 진짜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 되는 곳이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탈리랑 구름이랑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어!”

“그래! 그러자!”

“음.. 가만있어보자.. 그러나저러나, 우리 여행 어디로 갈까?”

“그냥 미국 갈까?”


월척이 걸렸다!!!


“음…….”


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잠깐의 간격을 두고는,


“앗!! 나 지금 엄청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먼데먼데?”

“나탈리, 서부 쪽은 샌프란시스코 말고는 안가봤잖아 그치?”

“응”

“우리 그럼, 미국 서부 가자. 라스베가스랑 LA, 샌디에고 어때? 간 김에 캐년도 보고!!”

“그게 일정이 가능해?”

“아! 안 가능한게 어딨어!? 다 가능하지!! 내가 내일 검색해보고 얘기해줄께!”


(검색은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다 플랜이 있단다ㅋㅋㅋㅋㅋ)


다음날 나는 캐년과 캠핑카 여행에 대한 후기들 중 예쁘고 뽀샤시하게 잘 꾸며놓은 글만을 엄선해서 톡으로 링크를 보냈다.


[근데, 캠핑카 너무 불편해!]


안그래도 기억이 좋지 않는데, 그 차를 타고 며칠을 다녀야 한다니 당연히 싫을 수 밖에... 그래도 캐년 얘기는 끌렸던 모양이다.


“아니, 생각을 해봐. 우리 둘만 가면 대충 승용차 한 대 끌고 다니면 되지만, 구름이가 있잖아. 아무래도 당신이나 나나 구름이나 다 편하려면 캠핑카가 딱이지!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봐. 안그렇겠어?“


구름이가 껴있으니 나탈리가 예사로 듣지 않았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리나케 만든 여행 일정표를 다음날 출근한 나탈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날을 제외하면 총 13일간의 여행이고, 그 중 8박을 캠핑카, 나머지4박을 샌디에고와 LA에서 보내는 일정이었다. 로드트립을 8박으로 잡은 이유도 상세하게 잘 설명했다.


(잘 설명했다는 말은 중간중간 구름이가 적절하게 등장했다는 뜻이다)


매일매일을 이동해야 하는데 하루에 이동거리가 길면 구름이가 지칠테니 이동시간을 4시간 이하로 잡아야 되고, 그정도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면 8박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해, 구름이가 편해야 되지 않겠어? 어쩌고저쩌고.. 중간중간 구름이 산책도 해야하고, 사실 구름이가 제일 큰 걱정이지.. 등등 온통 구름굴음구름구름굴음구름구름구름


캠핑카에서의 8박 후에는 LA로 돌아와 캠핑카를 반납하고, LA 공항을 찾아가 suv를 픽업해 샌디에고와 LA를 투어하는 일정으로 틀을 잡았다. 캠핑카를 반납한 뒤, 다시 공항으로 가서 렌트를 하는 이유는 출국날 공항에서 차를 반납해야 우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LA in - LA out 일정으로 동선을 짜고, 여러 캠핑카 렌탈 업체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똑같은 조건으로 꼼꼼히 비교했다. 페이지 자체에 번역기능이 잘 되어있어 예약이 정말 간편했고, 세상 좋아졌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난 캠핑카를 예약했다!!!!








“괜찮아요. 기사님!”


LA공항을 출발하여 우리가 향하는 곳은 캠핑카 렌탈 업체다. 공항에서 업체까지는 40여분이 걸리고, 가는동안 기사님께 1갤런당 싼 주유비가 어느정도인지, LA의 치안은 어떤지, fast track 차선을 탔을 때 pay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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