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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elcome to Los Angeles

by 수성







“우리 비행기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09:40 am]


“구름이, 쉬도 못하고 힘들었겠다.”

“저도 화장실 한번도 안갔거든요!?”

“아이코, 나 참네..”


옴마의 사랑을 듬뿍 받는 구름이가 부럽다.

애정결핍인가? ㅋㅋㅋ


비행기에서 내려 목줄을 해주었더니 자기가 멀 안다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구름이.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심사를 마치고 나가는데까지 족히 1시간은 걸릴 것 같았는데, 이게 왠걸? 구름이를 본 공항 직원이 자신을 따라오라며 우리를 승무원 전용 통로로 안내해주었다. 구름이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줄이야. ㅎㅎ

(사랑한다 구름아!!)


“Next”


내 차례가 왔다.


“Good morning!”


앞서 나간 나탈리와 구름이가 기다리고 있고, 나는 심사관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며 여권을 건넸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자판을 두들기던 심사관은 뒤에 서있던 안전요원과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그에게 여권을 넘기며 나에게 말했다.


“Follow him!”

(저 사람을 따라가세요!)


심사대를 빠져나온 우리는 안전요원을 따라갔다.


“구름이 보호자를 오빠로 등록해놔서 그런가보다.”

“읭? 난 등록한 적 없는데!?”

“인천에서 티켓팅할 때, 오빠 티켓으로 그냥 지정하더라고.”

“아~ 그래?”


‘보안구역’ 이라고 써있는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전요원은 나 혼자만 들어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오빠! 혹시 모르니까 내 여권도 가져가!!”


구름이 몸속에 내장되있는 칩 보호자명이 나탈리로 되어 있어 여권을 내게 준 것이다.


보안구역 내부는 우리나라의 은행 구조와 그 모습이 비슷했다. 문을 지키고 있는 안전요원과 창구처럼 보이는 다섯개의 부스가 좌측에, 그리고 우측편엔 대기자를 위한 일자형 의자가 삼열횡대로 배치돼 있었다.


무섭게 생긴 안전요원은 이름을 호명할 때까지 기다리라 했고, 자리에 앉은 나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냈다.


(뭐야? 로밍 연결이 아직도 안된거야?)


송수신이 되지 않는다.

그 때!!


“No cellphone!!”


(아!! 깜짝이야!! 언제 온거여?)


등 뒤에 나타난 안전요원은 핸드폰 사용이 금지라며, 가방에 넣고 나갈때까지 꺼내지 말라고 했다.


(머 그렇게 무섭게까지 할 일이야?)


나는 핸드폰을 가방에 다시 넣고, 주변을 둘러봤다. 방 안에는 국적이 모두 달라 보이는 사람들 일곱여명이 있었고, 모두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다른 부스는 왜 안 여는거야?!)


심사를 하는 부스는 총 다섯개, 그 중 두 곳만이 오픈되있었고, 내가 몇 번째 대기자인지도 모른채 호명할 때를 기다리며 무작정 있어야만 한다는게 곤욕이었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10분... 20분.........)


점점 초조해져 갔다.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대기자들이 밀려 들어오자, 비어있던 한 부스에 심사관이 들어와 앉았다.


“밀스타키! 밀스타키임?”


등 뒤에서 기습적으로 등장했던 아까 그 안전요원은 심사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Hey, you! Mr. Kim!”


영어 들리는게 아직 익숙하지 않다. 밀스타킴이라니.. 나는 부스로 달려가 자리에 앉으며 인사했다.

“Good morning~”




(야호~~!!! 드디어 이제 나간다~~~~~~ )





[11:30 am]


오래도 걸렸다..


밖으로 나오니 나탈리와 구름이가 보이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나는 이산가족 상봉하듯 나탈리를 끌어 안았다. 뭥미?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구름이.

“뭐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구름이 서류가 부족했던거야? 엄청 걱정했잖아. 핸드폰도 안되고..”

“후우~~~ 말도 마.. 일단 움직이자.. 나중에 얘기해줄께.”

“암튼, 고생했어 오빠!”


짐을 찾아 게이트를 나오자, 뜻밖에도 공항 내에 커피빈이 보였다.


“어!? 여기 커피빈이 있네?”

“오빠 고생했으니까, 내가 한잔 사줄께!”


나탈리가 한국에서 미리 적어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부르는 동안, 나는 아아 한 모금을 들이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아메리카노가 새카맣게 탔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12:30 pm]


밖으로 나와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스읍~~~ 후우~~~~~~~~~ )


나라마다 그 나라 고유의 냄새가 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미국 냄새. 구름이는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신기한지 허공을 향해 코를 킁킁대며 온 몸으로 미국을 반겼고, 해를 받으며 하늘을 보는 나탈리의 시선을 따라 나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북적이고 분주한 공항의 모습과는 달리 LA의 하늘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날씨 진짜 조타~~”


1분에 한 대 꼴로 이착륙을 한다는 LA공항은 여행객들과 가족, 친척, 친구를 픽업 나온 차량들이 짐과 사람들을 싣고 태우느라 정신없이 얽혀있고, 셔틀버스와 도심버스 그리고 택시까지 합세한 차로 쟁탈전으로 도로는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우린 그나마 덜 복잡한 기둥 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기둥에 써있는 숫자를 택시기사님께 문자로 보냈다. 공항 밖으로 나와 기둥의 숫자를 문자로 보내면 5분 안에 오시겠다던 기사님은 20분이나 늦으셨다. 천벌이라도 받아야하는 죄인처럼 연신 허리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하셨지만, 거미줄에 걸린듯한 도로 위 차들을 보면 늦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괜찮아요. 기사님!”



6개월을 준비한 가족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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