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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운 Feb 15. 2022

만들지도 않았는데 시즌2를 생각하다!

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8화

페이퍼 작성 : 2007년 4월 6일                                         시간적 배경 : 2006년 11월쯤



  작년 11월에 난 모 드라마극본의 공모전에 도전했었다. 6~70분 분량의 드라마극본 한 편만 내면 전부인 여타의 공모전과 달리 16부작 전체 줄거리를 전부 기술해야 했고 거기에 1,2회는 극본으로 완성해서 제출해야 했다. ‘한 번 도전해 볼까?’는 마음으로는 감히 엄두조차 못할 수준과 스케일의 공모전이었다. 그러나 난 공고를 본 지 한 달 만에 바로 응모할 수 있었다.

  일단 재작년 ‘TV드라마입문’ 강의에서 이미 16부작 미니시리즈 줄거리 및 등장인물 등을 다 설정해 놓은 상태였고 거기에 1부까지 집필해 놓은 상태였다. 줄거리가 다 완성되어 있으니 한 달 안에 2부만 집필하면 되었다.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한창 취직 준비로 정신없어야 할 때 혹시나 모를 공모전 당선의 꿈을 안고 동국대 문창과 실습실에서 열심히 2부를 집필했다. 아마 내 작품 중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던 동화 외에 실습실에서 작품을 완성한 최초이자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품을 쓰라고 만든 실습실이건만 실습실 환경의 열악함을 깨닫고 절대 그곳에선 작품을 안 썼던 내가 말이다.

  난 다른 응모자들보다 튀어 보이는 짓을 하나 했다. 매 드라마극본 끝에 ‘에필로그’라는 이름으로 약 5~10신의 추가 대본을 삽입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뒤에는 뮤직비디오 영상 대본까지 같은 분량으로 더 집어넣었다. 공모전 주최 측에선 한 회당 60분 정도 분량이면 괜찮다고 명시했건만 이러다보니 내 대본은 합치면 8~90분은 족히 넘었다. 

  이를 기획의도에 기술해 놓으며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했다. 


본 대본의 뒤에 마련된 에필로그 대본과 뮤직비디오 극본은 후일 연장방송에 대비해 마련한 장치입니다. 연장 제의가 들어올시 추가 대본을 적절히 활용하면 충분히 1,2회 정도는 연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혹시 DVD판으로 나왔을 시에는 미공개 영상으로 활용도 가능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웃긴 짓이었다. 내 극본이 드라마가 제작될지 여부도 모르는데 미리 드라마 방영까지 고려해 이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해 놓은 셈이니 말이다. 11월의 공모전에서 내 드라마 극본은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할 것이다. 일단 방송아카데미 드라마작가 반 출신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고 메인 주인공이 2~30대의 여성이 아닌 남성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내 드라마 극본도 삼각관계가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멜로를 많이 가미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한마디로 떨어질 만한 이유는 만들면 많았다. 

  만약 내 극본이 채택되어 드라마로 제작된 다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연장이나 시즌2 제의를 받으면 언제든지 집필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왜냐면 후속편을 기대하게끔 약간은 열인 결말로 엔딩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쓸데없는 짓이었다. 일단 뽑히고 볼 일인데 말이다.   




(에필로그)     


  2014년 말에 SBS에서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내가 2006년도 구상했던, 드라마 본편 말미에 짧은 영상이 삽입된 에필로그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 2006년의 내 아이디어가 도용당한 것일까?’


  가끔 심사위원이나 관계자로 참여하는 기성 드라마작가들이 공모전에 접수된 응모작들 중에서 소재와 아이디어를 도용한다는 음모론이 나돌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설마 저런 아이디어를 비단 나만 생각했던 건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드라마극본 공모전에 도전하지 않는다. TV드라마 시청자의 여초현상이 심해지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달달한 로맨스가 가미된 드라마극본을 도저히 쓸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다고 OCN 등에서 방영되는 형사물에도 자신이 없다. 대신 TV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고 분석해 소논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 최근에 <옷 소매 붉은 끝동>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소논문을 집필했다. 학회에 등재될 지는 모르겠으나... 부끄럽지 않게는 썼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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