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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Apr 20. 2023

눈 속에 누군가 살고 있다.

《초등 작가 juho》 행복한 작가를 꿈꾸는 아이


나에겐 비밀이 있다

내 눈 속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굉장히 작은 존재인데

그 존재가 살기 시작한 건 1년 정도 된 거 같다.


어느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고

한참동안 거울을 보는데


내 눈동자에 어떤 한 작은 생명체 같은 게 돌아다니는 걸 보았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눈을 마구 비볐더니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아- 눈 비비지 마-"

난 처음에는 어떻게든 꺼내려고 했는데


그 존재가 나름 기특한 짓도 해서

그냥 내버려 뒀다.


시험 칠 때 몰래 다른 사람 시험지를 보고 와서

나에게 알려 준다든지


내 눈에 눈썹이나 벌레가 들어오면 바깥으로

끄집어내주었다.


그렇게 나는 이 존재와 함께 익숙해져 가는데


어느 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 작은 존재의 크기가 점점 커져 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 눈이 너무 아프기도 하고

눈을 온전히 쉬어 주지 못하니

다크서클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한 번씩 사람들이 나랑 대화하다가

"너... 눈 안에 그거 뭐야? 뭔가 움직이는데?"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커졌다.

그래서 난 더 이상 사람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게 되었다.


"누... 눈썹이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눈의 피로감은 커져갔고 이 존재의 몸집이 커져서 눈을 감으면 아파졌다.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난 거울 앞에서 그 존재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이제 내 눈 안에서 나와주면 안 될까?

나 너무 힘들어....."


그런데 그 생명체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일 년 이상 함께 한 탓일까 왠지 짠했다.


그 존재는 작은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응? 뭐라고?"


그 존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당신 눈 안에는 작은 세상이 있어요. 저도 그곳에서 그냥 잘 지내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전 이 세상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도 결국 보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제 더이상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버렸어요"


"하지만 전 갈 곳이 없어요... 눈 바깥세상에서는 오래 있지 못하거든요. 금방 숨쉬기도 어려워져요"


난 그때 갑자기 머리 속에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네가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과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나는 한 달 정도 밤을 새워가며

결국 눈과 비슷한 공간을 구현했다.


"거기는 있을만해?"


"네.근데.... 사실 지난번에 당신의 눈에서 세상밖으로 잠시 나왔을 때 그때 제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이 있는 곳을 발견했어요"


"아닐 수도 있지만....

아마도...당신도 누군가의 눈 속에 있는 거 같아요"


난 그 말을 믿을 수없었다

내가 사는 세상이 누군가의 눈 속이라니 갑자기 내 삶이 감옥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난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잘못 본 거 겠지! 네 삶이 그렇다고 나의 삶까지 그럴 거라고 추측하지 말아줄래?"


난 불쑥 그 말을 내뱉고는 시간이 지나 미안해졌다. 그래서 부엌에 가서 아껴두었던 빵을 조금 떼어서 그 존재에게 가져다 주었다.


"아깐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한거 같아."

"아니예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렇다고 미안하다고는 말하고 싶진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상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하늘 위를 쳐다보면 저 끝에 어딘가 동그란 막이 보였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난 우리 동네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늘 학교가고 집에 돌아가는 것만 반복했다.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다 보니 난 이세계에 대한 의문이 끝도 없이 생겨났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신경 쓰지 말자'


시간이 지나 그 작은 존재도 다시 작아졌다.단순히 내 착각일 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작아보였다.


그런데 그 존재는 나에게 말했다.

"제가 작아진게 아니라 당신이 커지고 있는 거예요"


주위사람들도 나에게 "너 키 컸어?"

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내 키는 점점 커졌고 단순히 컸다고 이야기하기엔 위협감을 줄 만한 키가 되었다.


난 방문을 잠그고 나가지 못했다

난 그 존재한테 물어보았다.


"너도 이런 기분이었어? 나 이제 어떡해?..."


"용기내서 바깥으로 나가요 그러면 하늘, 세상의 끝에 있는 동그란 막이 있을 꺼예요. 그곳으로 들어가세요"


"그곳은 사람들도 없고 당신이 있기에 넉넉하고 안심되는 공간이 있을꺼예요"


바깥으로 나오자 다들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거인이 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처음 생각했다.


예전엔 높이 고개를 들어야 보였던 동그란 막이 이젠 손이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by ju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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