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걸렸구나..
올라탔구나..
불을 켜둔 채 잠에 들었나 보다.
쓰고 있던 안경도 그대로다.
화장대 위 자동으로 숫자가 넘어가는 디지털시계는 12:50분이다.
움직일 수가 없다.
오랜만에 찾아온 그것은 내 몸을 유린한다.
들리지 않는 그것의 목소리는 내 머릿속에서 쇳소리를 내며 키득거린다. 언제나처럼..
몸에 힘을 줘 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몸인지 알수가 없다.
안경을 벗어던져 내려고 팔을 들어 올리려 안간힘을 쓴다. 팔이 들어진 것 같다. 아니다 아직도 그대로다. 몇 번을 반복한다. 그대로다.
약이 오른다. 화가 난다.
악을 써 본다. 아니다 헛바람 소리도 내지 못한다... 몸무림을 칠수록 몸에서 힘만 빠져나간다.
킬킬거린다. 크득거린다.
몸은 어느새 평소엔 나지 않던 땀으로 젖어있다.
한줄기 땀이 목을 타고 내려온다.
그것은 혓바닥으로 내 목을 훑어내린다. 서늘하다.
하염없이 분단위로 넘어가는 시계만 바라본다.
시계는 벌써 새벽 세시다.
눈을 감으면 안 된다.
다시 잠이 들면 그것은 나를 삼킬 것이다.
깨어 있어야 한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뜬다.
예전 같았으면 악을 쓰고 몸에 힘을 잔뜩 준 채, 몸을 굴려 침대에서 떨어져 보려 했을 텐데.. 포기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몸을 내어준다.
어차피 소리를 내어 비명을 질러도 듣고 달려와 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안다.
내려놓는다.
어쩌려는 거니..
마음대로 해봐...
이상하게 눈물이 흐른다.
어떠한 일에도 우는 일이 없었는데...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눈물이 흐른다.
오른쪽에서 나온 뜨거운 눈물은 다시 차가운 눈물이 되어 왼쪽눈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베갯속으로 스며든다. 내 의지로 우는 것 같지 않다. 그것이 눈물도 흐르게 하는 것인가? 오랜만에 찾아온 그것의 오늘 목적이 나를 울게 하려는 것이었나?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설움이 된다.
흐느낀다. 주체 못 할 눈물이 터져버렸다.
몸이 떨린다... 천천히 다리를 끌어당겨 웅크린다.
몸이 풀어졌다.
그것은 더 이상 재미가 없었던지 나를 놓아 버렸다.
이 정도면 정이 들만도 했을 텐데, 그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래주지도 않고 가버렸다.
새벽 다섯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