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마음의 안무다

감사를 쓰는 손끝이 마음의 춤을 만든다

by 라피드룸

나는 어릴 적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엄마는 늘 그러셨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
남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도,
엄마는 꼭 감사하다고 했다. 늘 감사일기를 쓰시는 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마음의 연습’이란 걸.

나도 모르게 그 습관을 조용히 닮고 엄마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합니다”가 튀어나왔고,
누군가의 작은 배려에도 진심으로 “고마워요”가 나왔다.
그런데 그 말을 글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감사는 내 삶 속에서 완전히 다른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의 감사 세 가지’를 쓰는 것.
의무감으로 시작한 날도 많았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 위함인 날도 있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억지로 문장을 만들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감사는 억지로 하는 연습이 아니라,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연습이라는 것을


나는 글을 쓰다가도 감사로 이어지곤 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건 마음만이 아니었다.

손도 움직이게 했다.

2년 가까이 온라인에 감사를 기록하다가,
어느 날부터는 손글씨로 직접 써보기로 했다.
종이에 펜을 대고 ‘감사합니다’를 적는 순간,
묘하게 손끝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다.
마음의 리듬이 손을 따라 움직이는 듯했다.

그 무렵, 아이와 크게 다툰 날이 있었다.
아침부터 사소한 말다툼이 불씨가 되어,
서로 큰소리가 오갔다.
목 끝까지 올라오던 말들을 간신히 삼켰다.
그날은 하필 ‘움직임 감사 명상’ 첫 수업 날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감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다.

차에서 내리는 딸이 문을 쾅 닫자마자,
억눌렀던 분노가 새빨갛게 터져나왔다.

나도 '부웅' 하고 악셀을 세게 밟아 화남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분노끝에 불쑥 ‘감사’가 올라왔다.

“그래도, 이 아이가 내 곁에 있구나.”
“이렇게 화를 낼 만큼 건강하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기를 살고 있구나.”

그 상황조차 감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짜증을 미화할 필요도, 착한 척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내 감정을 바라보며
“나는 화가 났어.”라고 인정하는 것.
그 순간, 내 안의 부정적 감정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감사는 그렇게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춤추게’ 하는 힘이었다.
짜증과 분노, 미움조차
감사라는 리듬 안에서 천천히 풀려나갔다.

무용이 몸의 언어라면,
감사는 마음의 안무다.

몸이 음악에 반응하듯,
마음도 감사의 언어에 반응한다.
감사를 적는 손끝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 리듬이 마음의 균형을 되찾게 해준다.

감사는 억지로 ‘좋은 마음’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감사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며
그 안에서도 빛나는 점 하나를 찾아주는 일이다.

춤이 몸의 숨결이라면,
감사는 마음의 숨결이다.
그 둘이 만날 때,
나는 비로소 온전한 ‘나’로 선다.

이제 나는 안다.
감사는 단순히 고마움을 적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춤이라는 것을.
그날그날의 감정이 엉켜도 괜찮다.
감사는 결국,
내 안의 리듬을 다시 찾아주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안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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